11일 대국에서 조혜연4단은 초반부터 두텁게 반면을 운영하며 선착의 효를 유지해 나갔다. 그러나 우변 흑진에 뛰어든 백의 특공대가 큰 피해없이 중앙으로 탈출하면서 바둑의 흐름은 백쪽으로 기울었다. 비세를 의식한 조4단이 좌하 백진영에 침입하자 루이나이웨이9단도 최강의 수로 맞받아치면서 바둑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전양상으로 치달았다. 전투의 와중에서 흑말을 양분하며 중앙에 빵때림까지 한 백이 우세해 보였지만 곧바로 우상귀에 날일자로 달린 점이 대완착으로 승부의 저울추는 다시 흑쪽으로 넘어갔다. 여기에 선수를 잡은 조4단이 상변 백진마저 깨자 검토실은 새로운 10대 여류국수의 탄생을 기정사실화했다. 이날 해설을 맡은 윤기현9단은 "조4단의 이번 우승은 그동안 철옹성을 구축해온 루이9단의 시대가 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말해주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대국이 끝나자 우승컵을 차지한 조4단이나 준우승에 그친 루이9단이나 언제 그런 치열한 격전을 치렀냐는 듯이 방금 전 두었던 바둑에 대해 진지하게 복기를 나눴다. 루이9단의 남편인 장주주9단까지 가세한 복기에서 두 기사는 대국 중 어려웠던 부분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물어보는 등 승자도 패자도 없는 훈훈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대국장에는 바둑집안으로 알려진 조4단의 어머니를 비롯 외할아버지,외삼촌 등이 부산에서 찾아와 대국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검토실을 지키며 조4단을 응원해 눈길을 끌었다. 경주=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