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이냐 동료애냐.' 플레이 중 동반자의 규칙 위반을 보고 고민해보지 않은 골퍼들이 있을까. 어떤 사람은 지적을 하고 넘어가는 반면,어떤 사람은 '못본 척' 지나쳐버리기도 한다. 지난달 말 열린 미국 PGA투어 후나이클래식 2라운드. 마르코 도손(40·미국)과 에스터반 톨리도(41·멕시코)가 함께 플레이하고 있었다. 최종홀에서 톨리도의 볼이 '수리지'에 빠져 구제를 받은 상황. 톨리도는 수리지 왼쪽이 드롭의 기준이 되는 '니어리스트 포인트(기점)'였는데 오른쪽에 기점을 정한 뒤 드롭하고 플레이를 속개했다. 다음날 문제가 터졌다. 커트 탈락한 도손이 곰곰 생각해보니 톨리도는 드롭을 수리지 왼쪽에 했어야 했다. 그래서 하루가 지났지만 경기위원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았다. 경기위원은 도손과 톨리도를 불러 상황을 재현했고 결국 4라운드 직전 톨리도에게 드롭 잘못에 따른 2벌타를 가산하지 않았다며 '스코어카드 오기'로 실격을 선언했다. 1타 차로 커트를 넘어 내년도 투어카드를 향해 매진하고 있던 톨리도로서는 청천벽력이었다. 톨리도는 "드롭을 잘못한 것을 알았으면 스코어카드를 내기 전에 얘기하지,왜 이제와서 '산통'을 깨트리느냐"고 불만을 쏟아냈다. 그러나 도손은 "잘못된 것을 잘못했다고 얘기한 것이 뭐가 나쁘냐"고 대꾸했다. 도손은 연초 크라이슬러클래식에서도 당시 3위를 달리고 있던 브랜들 챔블리의 '잘못된 드롭'을 하루가 지난 뒤 언급함으로써 챔블리를 실격으로 몰고 간 전력이 있다. 내년도 투어시드(상금랭킹 1백25위까지)를 다투던 톨리도는 실격에도 불구하고 다른 선수들의 부진으로 랭킹 1백25위를 마크,가까스로 시드를 확보했다. 만약 그가 1백25위 밖으로 벗어났더라면 도손의 '뒤늦은 지적'은 천추의 한이 될 뻔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