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무대 고별전을 우승으로 장식하려던 `필드의신데렐라' 안시현(19.코오롱)이 발걸음은 느린 그린과 우승 후유증 탓인지 무거웠다. 안시현은 5일 부산 아시아드골프장(파72.6천214야드)에서 열린 2003 골든힐컵 SBS프로골프최강전(총상금 2억원) 1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4개로 1오버파 73타에그쳤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디펜딩챔피언 김영(23.신세계)과이주은(26.엘르골프)이 첫날 4언더파 68타로 공동선두에 나선 가운데 안시현은 선두그룹에 5타 뒤진 공동28위에 머물렀다. 국내 대회 첫 정상 등극과 상금왕 타이틀 등 `두 마리 토끼'를 노리는 안시현은CJ나인브릿지클래식 우승 후 이어진 행사 참석과 인터뷰 요청 등으로 피곤해진 기색이 역력했다. 링거를 맞고 경기에 나설 만큼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안시현은 이날 전반 7차례드라이브샷 가운데 단 2차례만이 페어웨이에 떨어질 만큼 샷이 흔들렸다. 또 제주 나인브릿지골프장과 달리 볼이 잘 구르지 않는 느린 그린도 안시현의발목을 잡았다. 초반 퍼트가 어처구니 없게 짧은 경우가 잦았고 나머지 5개 홀에서는 과감하게시도한 퍼트가 홀을 훌쩍 지나쳐 보기를 3개나 범했고 간신히 파세이브를 한 경우도여러차례 있었다. 첫번째 홀(파4)에서는 2번째샷을 그린에 올리고도 버디 퍼트가 3.5m나 짧아 보기를 범했고 5번홀(파5)에서는 파퍼트가 컵을 살짝 돌아나오는 불운도 겹쳤다. 또 7번홀(파4)에서는 10m 거리에서 굴린 버디퍼트가 3m 이상 홀을 지나치면서또 한번 3퍼트 실수로 1타를 잃었다. 그러나 안시현은 `아버지가 지켜보면 성적이 좋지 않다'는 징크스를 증명이라도하듯 아버지가 응원을 포기하고 코스를 떠난 후반 만회에 나섰다. 14번홀(파4)에서 두번째샷을 핀 30㎝에 붙여 첫 버디를 낚았고 16번홀(파3)에서는 무려 9m가 넘는 긴 버디퍼트를 컵에 떨군 것. 이후 17번홀(파4)에서 두번째샷을 벙커에 빠뜨리며 1타를 잃은 안시현은 그러나마지막 18번홀(파4)에서 4m짜리 버디퍼트를 성공시켜 만회하며 2라운드를 기약했다. 안시현은 "몸이 무겁고 힘들었지만 어차피 해야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다"며 "전반 퍼트와 샷의 거리감을 찾지 못했지만 후반에 감을 찾아 만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LPGA투어에서 4차례 톱10에 오른 김영은 이날 보기없이 이글 1개와버디 2개를 뽑으며 선두로 나서며 타이틀 방어와 9월 KLPGA선수권 이후 두달만의 국내 대회 정상 정복을 향해 순조롭게 출발했다. 특히 이날 하루종일 시원스런 샷을 선보인 김영은 11번홀(파5)에서 180m를 남기고 친 두번째샷을 핀 3m에 붙여 이글을 뽑아내는 기염을 토했다. 김영은 "오늘 샷도 퍼트도 모두 잘됐다. 전체적인 흐름이 좋았고 특히 큰 실수가 없었던 것이 다행"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 올시즌 2차례 톱10에 올랐던 이주은도 이날 버디 6개를 골라내고 보기는 2개로 막으면서 김영과 나란히 선두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부산=연합뉴스) 김상훈기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