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27.삼성)의 홈런 신기록 덕에 특수를 누렸던 프로야구가 포스트시즌에 접어들자마자 흥행에 어두운 조짐이 보였다. 불과 이틀 전까지 이승엽의 아시아 홈런신기록으로 들떴던 대구구장은 4일 열린삼성과 SK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불과 3천735명의 관객만을 불러모으는 데 그쳤다. 지난 2000년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3천108명,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3천259명의 관객이 들어온 이후 포스트시즌 사상 3번째로 적은 관중이다. 지난 9월25일 광주구장에서 이승엽이 아시아 홈런타이기록인 55호를 쏘아올린이후 지난 2일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삼성이 가는 곳마다 구름처럼 관중들이 모였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 특히 이날 경기는 최근 연속으로 만원사례를 기록했던 대구 홈구장에서 열린 것이라 아쉬움은 더 컸다. 안재성 삼성 마케팅팀 대리는 "어제(3일 개천절)가 휴일이라 홍보할 시간이 없었고, 금.토.일 3일 연휴로 쉬는 곳이 많아 여행간 시민들이 많을 것이다"고 분석했지만 이승엽의 홈런신기록과 무관한 경기라는 점도 이런 현상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삼성 경기에는 입장객들이 홈런볼을 잡기 위해 우선 오른쪽 외야부터 자리를 채우기 시작하는 등 외야 입장권 매진 행렬이 계속됐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홈팬들이 3루쪽 응원석을 가득 메웠을뿐 오른쪽 외야는 거의 텅텅 비다시피했다. 이날 오후 1시께 더그아웃에 모습을 드러낸 삼성 김응용 감독은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 "왜 이렇게 관중이 없어, 이승엽이 없으면 내년에도 계속 이럴 거 아냐?"라고 탄식했다. 김 감독은 또 농담조로 "외야 펜스라도 90m로 당겨야지"라고 말해 이승엽을 대신할 만한 홈런 타자가 나타나야 프로야구의 인기가 유지될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해 평균 관중 4천522명에 그쳤던 한국 프로야구는 올시즌 비로 주말 경기가자주 취소되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12% 증가한 5천69명의 평균 관중을 모았지만 이승엽이 떠날 경우 다시 찬바람을 맞을 수도 있음을 예고하는 듯한 상황이다. (대구=연합뉴스) 강건택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