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공이 홈런이 될 줄은 몰랐어요. 한동안 홈런을 맞았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29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이승엽에게 아시아 신기록인 시즌 56호를 허용한 롯데의 선발 투수 이정민(24)은 2002년 프로데뷔 이후 첫 승이라는 기쁨과 역사적인 홈런을 맞았다는 허탈감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경기 전부터 국민타자 이승엽을 상대로 정면 승부를 공언한 프로 2년차 이정민은 "이승엽 선배가 낮은 볼에 약하다고 나름대로 분석했고 직구로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이끌어 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2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이승엽에게 3구째 직구를 던진 이정민은 맞는 순간 타구가 거의 라인드라이브성을 날아가자 이것이 펜스를 넘어가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폭죽이 터지고 이승엽이 홈을 밟은 뒤 방송 인터뷰를 위해 경기가 잠시 중단되자 이 때서야 이정민은 "내가 56호 홈런을 맞았구나"라고 실감했다는 것. 하지만 이정민으로서는 이날이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 등판한 날이었기에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나한테는 오늘 이 한게임 뿐이다"라고 마음을 다잡은 이정민은 전력을 다해 공을 던졌고 5이닝 동안 이승엽과 양준혁에게 홈런을 맞았지만 산발 5안타, 3실점으로 막아 자신의 첫승이자 롯데의 시즌 마지막 경기 승리를 따냈다. 경기가 끝난 뒤 이정민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 그저 담담할 뿐이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이정민은 "이승엽 선배는 정말 배울 것이 많은 타자"라면서도 "다름 기회에 대결할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삼진으로 잡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구=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