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연맹의 강력 제재방침과 서포터스의 자정결의에도 불구하고 프로축구 경기장 폭력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21일 수원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울산 현대전에서 선수, 관중, 코칭스태프, 심판 모두 패싸움을 벌여 그라운드가 폭력으로 얼룩지는 프로축구 최악의 사태가 빚어졌고 전남 드래곤즈와 부천 SK가 맞붙은 광양에서도 선수가 관중을 자극해 서포터스간에 패싸움이 일어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특히 수원 경기의 경우 심판의 미온적인 판정에 불만을 품은 관중이 그라운드로 난입해 선수를 폭행하는 프로축구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연맹은 이달 초 실무위원회를 열고 서포터스 비방전을 엄벌하는 내용의 경기장 폭력 대비책을 논의했지만 정작 심판, 선수 그리고 코칭스태프의 자질 향상에 대한 논의가 빠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었다. 경기장 난동이 일어난 수원의 서포터스 그랑블루도 이달 초 서포터스로는 처음으로 네거티브 걸개를 걸지 않겠다며 자정 선언을 했지만 이날 폭력 사태로 고개를 들 수 없게 됐다. 전남 서포터스 또한 부천의 남기일 선수가 동점골을 터트리며 `어퍼컷 세리머니'를 했다고 그라운드로 난입해 난동을 부린 것은 명백히 도가 지나친 행동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이 경기가 끝난 뒤 연맹 홈페이지 및 양팀 게시판은 폭력 사태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연맹과 심판의 무능력을 지적하는 글로 도배돼 선수 및 코칭스태프의 자제와 심판의 자질향상이 급선무라는 점을 제시했다. 올 시즌 들어 대구 FC의 박종환 감독이 심판 판정에 항의하며 그라운드에 들어섰다가 출장정지 처분을 받는 등 코칭스태프의 오버액션이 계속됐고 선수들 또한 지나치게 판정에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판들은 물론 공정한 판정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하지만 한일월드컵 이후 높아진 관중과 선수의 기대치에 여전히 모자란 데다 가끔씩 오심까지 겹쳐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태다. 연맹의 고위 관계자는 "경기 감독관과 해당 심판의 보고서를 면밀히 분석한 뒤에 징계 수위를 조절할 방침"이라면서 "앞으로 경기장 폭력 사태를 더욱 엄격하게 제재하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