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남아' 필 미켈슨(미국)과 `엘니뇨' 세르히로가르시아(스페인)가 `황가(皇家)'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가르시아-미켈슨 조는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산타페의 브리지 골프장(파72)에서 열린 이벤트대회에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황태자' 어니 엘스(남아공) 조에 1홀 남기고 3홀 차로 앞서 이겼다. 이로써 우즈는 99년부터 열린 4차례 `빅혼의 결투'를 포함한 5차례 빅이벤트에서 가르시아에게만 2차례 패하며 또다시 자존심을 구겼다. 반면 2000년 우즈와의 맞대결로 펼쳐진 `빅혼의 결투'에서 우즈를 1홀 차로 따돌렸던 가르시아는 리턴매치 승리와 함께 120만 달러를 획득, 미켈슨과 60만달러씩 나눠 가졌다. 메이저대회가 아니면 좀처럼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 톱스타들의 대결에서 별명처럼 화끈하고 대담한 플레이를 펼친 미켈슨-가르시아조는 안정적인 플레이를 택한 `황제-황태자'조를 시종 압도했다. 특히 그동안 슬럼프 조짐을 보이다 브리티시오픈을 계기로 상승세를 탄 가르시아의 공격적인 아이언샷과 퍼트는 이날 승부를 가른 열쇠였다. 환하게 불을 밝힌 그린을 빼고는 코스 전체가 짙은 어둠에 잠긴 16번홀(파5). 가르시아는 미켈슨과 나란히 페어웨이 우드로 친 두번째샷을 워터해저드 너머 그린에 올려 이글 기회를 만들었다. 반면 `황가' 조의 엘스는 어이없는 실수로 볼을 물속에 빠뜨렸고 우즈도 그린을 넘겨 벙커에 박힌 볼을 쳐 올렸지만 거리가 짧았다. 한조를 이룬 미켈슨의 이글 퍼트가 빗나가면서 이날 완전한 승기를 잡을 기회가 가르시아에게 주어졌지만 9m가 넘는 거리의 만만치 않은 퍼트를 넣어야하는 상황. 그러나 양발을 모으고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시선만 홀과 볼 사이를 왕복하던 가르시아는 과감하게 볼을 굴려 컵에 떨군 뒤 미켈슨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아우' 가르시아의 이글로 2홀을 남기고 2홀 차로 앞서 승기를 잡자 17번홀(파4)에서는 `형' 미켈슨이 두번째샷을 핀 2m 옆에 붙인 뒤 버디를 낚아 3홀 차로 달아나며 승부를 갈랐다. 도전자의 승리로 끝났지만 현지시간 프라임타임대에 편성돼 수많은 시청자들이지켜본 이날 빅이벤트에서 자존심을 지키려는 스타들의 팽팽한 기싸움은 계속됐다. 매홀 동반자의 플레이중 나은 선수의 점수를 계산하는 베스트볼 방식으로 치러진 이날 경기 초반에는 승자조가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1번홀(파4)에서 미켈슨이 5m짜리 버디퍼트를 성공시켜 기선을 잡자 가르시아가 3-5m 거리의 퍼트를 정확하게 컵에 떨구며 3번홀과 6번홀(이상 파4)에서 잇따라 버디를 추가, 파행진에 그쳤던 우즈-엘스조를 3홀 차로 앞서나갔던 것. 그러나 `황가'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세계랭킹 1,2위 우즈-엘스의 반격도 거셌다. 7번홀(파5)에서 2번째샷을 깃대 오른쪽 프린지에 떨군 우즈는 비록 이글 시도가 빗나갔지만 2퍼트로 마무리, 버디를 잡으며 2홀 차로 간격을 좁혔다. 또 우즈는 8번홀(파3)에서도 티샷을 컵 바로 옆에 떨궈 버디 컨시드를 받으면서 다시 1홀 차로 따라붙었다. 한층 여유가 생긴 우즈와 엘스는 번갈아가며 올스퀘어(동점)를 만들 기회를 만들었지만 쫓기는 입장인 가르시아와 미켈슨도 만만치 않게 응수, 7개홀 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하는 경기가 이어졌다. 결국 13-15번홀에서 동점 기회를 잡고도 살리지 못한 `황가' 조는 어둠이 짙게 깔린 16번홀에서 두번째샷을 해저드와 벙커로 보내며 자멸하고 말았다. 한편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졌지만 선수들은 세계최고의 스타답게 아마추어 골퍼들처럼 그린 위에서 실패한 퍼트를 다시 넣어보고 농담도 주고 받으며 여유있게 경기를 즐겼다. 또 경기를 중계한 ABC방송도 영화 `매트릭스'를 패러디한 이색 영상물로 `빅이벤트'를 홍보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훈기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