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대회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브리티시오픈에서 '이변'이 연출됐다. 올해 미국PGA투어에 데뷔한 신인 벤 커티스(26·미국)가 출전선수중 유일한 언더파 기록으로 타이거 우즈(28·미국),어니 엘스(34·남아공)등 강호들을 제치고 우승컵을 안은 것. 우승후보였던 우즈는 4위,지난해 챔피언 엘스는 18위에 머물렀다. 한국선수들은 최경주(33·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가 22위,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허석호(30·이동수골프구단·ASX)가 28위를 차지해 역대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커티스,생애 최고의 날 '무명' 커티스는 21일(한국시간) 잉글랜드 샌드위치의 로열세인트조지스GC(파71)에서 끝난 대회에서 합계 1언더파 2백83타를 기록,토머스 비욘(덴마크)과 비제이 싱(피지)을 1타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2000년 프로로 데뷔한 커티스는 지난해 미PGA 퀄리파잉스쿨에서 공동 26위에 올라 올해 투어에 합류했다. 올시즌 '톱10' 진입은 커녕 2주 전 웨스턴오픈에서 13위가 최고 성적인 무명선수. 세계 랭킹(3백96위),도박사들의 우승전망(5백대 1)에서도 그가 얼마나 주목받지 못한 선수였는지를 짐작할수 있다. 커티스는 그러나 이날 우승으로 올해 획득한 상금의 10배 가까운 1백13만달러(약 13억3천5백만원)의 거금을 쥐었다. 5년간 투어 풀시드와 함께 마스터스 US오픈 USPGA챔피언십 등에도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신인이 처음 출전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1913년 US오픈 우승자 프란시스 위밋 이후 90년 만의 일이다. 커티스의 '깜짝 우승'은 한때 선두를 질주하던 토머스 비욘(덴마크)의 '벙커 악몽'과 우즈,싱,데이비스 러브3세(39·미국)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의 막판 부진이 한몫했다. 비욘에게 4타 뒤진 채 최종 라운드에 나선 커티스는 11번홀까지 무려 6개의 버디를 잡았지만 이후 4타를 잃어 2언더파 69타로 4라운드를 마감했다. 당시 커티스는 15번홀까지 경기를 치른 비욘에게 2타 뒤진 상황. 비욘은 그러나 16번홀(파3)에서 티샷이 벙커에 빠진데 이어 세번 만에 벙커에서 탈출,순식간에 2타를 잃으며 커티스에게 공동선두를 허용했다. 비욘은 17번홀에서도 파퍼트를 놓쳤고,단독선두가 된 커티스는 18번홀에서 비욘이 버디에 실패하면서 우승을 확정지었다. 우즈는 이날 이븐파 71타,합계 1오버파 2백85타로 러브3세와 함께 공동 4위를 차지했다. 우즈는 최근 열린 5개 메이저대회에서 단 하나의 우승컵도 챙기지 못하는 '메이저 부진'을 보였다. ◆최경주 허석호 선전 최경주는 최종일 언더파 스코어(70타)를 내면서 합계 7오버파 2백91타로 공동 22위에 올랐다. 지난 56년 한국선수들이 이 대회에 도전한이후 47년 만에 최고의 성적이다. 첫날 6오버파 77타로 공동 82위까지 처졌지만 이후 사흘간 상위권과의 거리를 좁혀온 최경주는 지난 99년 자신이 세웠던 공동 49위를 뛰어넘는 성적을 남겼다. 최경주는 초반 7개홀에서 모두 버디기회를 만들 만큼 안정된 샷 감각을 보였다. 1,2번홀에서 버디를 잡은 최경주는 4번홀(파5)에서 다시 1타를 줄여 공동 18위까지 뛰어올랐다. 그러나 9번홀에서 첫 보기를 범한 뒤 후반에 버디 1개와 보기 2개를 추가하며 대회 첫 언더파 스코어를 냈다. 첫 출전한 메이저대회에서 사흘동안 선두권을 지켰던 허석호는 이날 하루에만 6타를 잃어 합계 8오버파 2백92타가 되면서 공동 28위로 밀려났다. 허석호는 첫홀에서 러프와 벙커를 전전하며 더블보기를 범했다. 2번홀에서 곧바로 버디를 잡았으나 그 이후 버디없이 보기만 5개추가하며 경기를 마쳤다. 그러나 허석호는 세계 골프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으며 오는 9월 미PGA투어 도전을 앞두고 자신감을 갖게 됐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