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일군 거스 히딩크 감독이 천신만고 끝에 피스컵코리아축구대회 우승을 향한 9부 능선을 넘었다. 네덜란드 챔피언 PSV 에인트호벤 사령탑인 히딩크 감독은 2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B조 최종전에서 LA 갤럭시에 4-1로 승리를 거두며 1860 뮌헨에 일격을 당한 나시오날을 제치고 조 1위로 결승에 진출한 것. 히딩크 감독은 한일월드컵 당시 독일에 0-1 패해 아쉽게 결승 티켓을 놓쳤던 아쉬움을 이번 대회 우승으로 만회를 노렸던 터라 이날 승리의 기쁨은 남달랐다. 특히 지난 88년 도요타컵 우승컵을 빼앗고 18일에도 1-3 패배를 안긴 `숙적' 나시오날의 결승행을 내심 못마땅하게 여겼던 히딩크 감독으로는 간접적으로 나시오날에 복수한 셈이 됐다. 당초 에인트호벤은 뮌헨을 4-2로 격파하며 A조의 올림피크 리옹과 2강으로 분류돼 결승행이 유력했지만 나시오날에게 덜미를 잡혀 결승 진출이 힘들게 보였다. 하지만 에인트호벤은 이날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자마자 박지성을 시작으로 득점포가 불을 뿜었고 뮌헨마저 갈길 바쁜 나시오날을 잡아주는 행운까지 겹쳐 히딩크감독은 결승 티켓을 낚을 수 있었다. 히딩크 감독은 특히 시종 매서운 눈빛으로 선수들의 표정을 면밀히 주시하고 테크니컬라인까지 나와 소리를 질러대는 등 한일월드컵 당시 연상시키는 진지함을 보였다. 결승 진출이 확정된 후 히딩크 감독은 "결승에 진출해 기쁘며 이젠 올림피크 리옹과 한판 승부를 피할 수 없게 된 만큼 체력과 패스를 보완해 맞서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피력했다. 특히 히딩크 감독은 "이영표는 자기 임무를 다하는 성실한 선수로 성숙해가고 있으며 박지성 또한 공격의 파괴력이 좋아지고 있다"며 강한 기대감을 표출했다. 이날의 주인공인 박지성은 "일단 팀이 이겼다는데 만족하며 팀 우승을 위해 골이나 어시스트를 해야하므로 이젠 골든슈를 노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LA 갤럭시의 시지 슈미트 감독과 홍명보는 "에인트호벤은 강팀으로 처음에 2골을 허용한게 뼈아팠으며 우리가 맞서기엔 힘에 부친 상대"라며 전력차를 인정했다. 특히 홍명보는 "박지성은 골도 기록하며 움직임이 좋았고 이영표도 팀 플레이를 하며 자기 역할에 충실했다"면서 결승에서도 히딩크 감독에게 큰 힘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않았다. (수원=연합뉴스) 심재훈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