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석호(30.이동수패션.ASX)가 처음 출전한브리티시오픈골프대회(총상금 600만달러)에서 첫날 깜짝 선전을 펼치며 공동4위에 올랐다. 허석호는 17일(한국시간) 오후 잉글랜드 동남부 샌드위치의 로열세인트조지스골프링크스(파71. 7천106야드)에서 막을 올린 대회 1라운드에서 달 표면을 방불케하는거친 코스를 효과적으로 공략, 버디 5개와 보기 4개를 묶어 1언더파 70타를 쳤다. 역시 예상을 깨고 리더로 나선 헤니 오토(남아공.68타)를 비롯해 첫날 언더파스코어로 1라운드를 마친 선수가 고작 5명에 그칠 만큼 난코스에서 허석호는 오토에2타 뒤진 공동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럭비공 튀듯 단단하고 울퉁불퉁한 페어웨이에서 티샷 14차례 가운데 8차례 페어웨이를 지켰고 그린을 놓친 것도 불과 7차례에 그치는 등 정교한 샷을 구사했다. 드라이브샷 비거리도 평균 303야드에 이르러 미국이나 유럽 출신 장타자들에게전혀 뒤지지 않았고 빠른 그린에서 3퍼트는 1차례로 막고 28개로 18홀을 마친 퍼트도 수준급이었다. 특히 새벽에 경기를 시작, 오후에 불어닥친 거센 바람을 피한 것이 첫날 좋은성적의 밑거름이 됐다. 허석호는 지난 2001년 일본프로골프(JGTO) 2부투어에서의 맹활약을 발판으로 지난해 정규투어에 진출한 뒤 신인으로서 주켄산교오픈에서 정상에 올라 최경주(33.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의 후계자로 일찌감치 낙점받았던 유망주. 이번 대회도 JGTO 상금랭킹 상위 선수 자격으로 예선없이 출전권을 받았다. '이변'의 주인공은 허석호 뿐이 아니었다. 예선을 거쳐 겨우 대회 출전권을 얻어낸 유럽프로골프(EPGA) 2부투어 선수 헤니오토(남아공)는 버디 5개와 보기 2개로 3언더파 68타를 쳐 순위표 맨 윗줄에 이름을올렸다. 럭비와 골프 선수로 뛰다 "럭비보다 골프가 돈이 될 것 같다"는 이유로 97년 프로골퍼의 길을 택했던 오토는 99년 2부 투어에서 단 한차례 우승을 해봤을 뿐 철저한 무명 선수였으나 이날 활약으로 세계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골프보다는 사업에 더 관심이 많아 어느덧 우승 후보 명단에서 이름을 찾기 어려워진 `백상어' 그레그 노먼(48.호주)도 지난 93년 같은 장소에서 열린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한 '경험'을 살려 2언더파 69타를 뿜어내며 공동2위에 올랐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20승을 올리고 브리티시오픈에서만 2차례 정상에올랐지만 97년 이후 PGA 투어에서는 우승과는 담을 쌓아온 노먼이 선두권에 올라선것은 이변으로 꼽히는 사건. 올시즌 3승을 거두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데이비스 러브 3세(미국)만이노먼과 나란히 공동2위로 우승 후보군에서 유일하게 선두권에 포진했다. 허석호가 선전하며 리더보드 상단에 이름을 올린 반면 이 대회에 4번째 출전한최경주(33.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의 성적은 공동82위로 다소 저조했다.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가 326.5야드에 이르렀지만 14차례의 드라이브샷 가운데페어웨이에 떨어진 것은 단 6차례에 불과했다. 8개홀에서 버디 기회를 잡았지만 퍼트도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어서 버디는 1개도 잡지 못했고 보기 2개와 더블보기 2개를 범하면서 6오버파 77타에 그쳤다. 또 3년만에 대회 패권 탈환에 나선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첫홀부터볼을 잃어버리는 등 출발이 순조롭지 않았다. 첫 티샷을 오른쪽 러프로 날려 보낸 우즈는 20여명이 도와줬지만 끝내 볼을 찾지 못했다. 무릎 높이까지 자란 러프 속에서 5분이 지나도록 볼을 찾지 못한 우즈는결국 드라이버만 달랑 꺼내 들고 홀로 티박스로 돌아가 3타째를 쳐야 했다. 두번째 티샷 역시 첫 티샷과 비슷한 지점으로 날려 보낸 우즈는 천신만고 끝에첫홀을 트리플보기로 홀아웃하고 말았다. 이후 우즈는 4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첫홀 트리플보기를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썼으나 보기 3개를 곁들이며 2오버파 73타, 공동 19위로 첫날을 마감했다. 드라이브샷이 3차례만 페어웨이에 떨어졌을 뿐 11개홀에서 러프와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고 이 때문에 정규 타수만에 그린에 볼을 올린 것은 10차례에 불과했다. 우즈는 "아주 길고 힘든 하루였다"며 "드라이브샷이 정말 형편없었다. 아이언샷 과 퍼트가 그나마 좋았지만 기회를 잡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지난주 스코틀랜드오픈에서 시즌 5번째 우승을 챙기며 20년만에 2회 연속 우승을 위해 로열세인트조지에 입성한 `황태자' 어니 엘스(남아공)도 체면을 구기기는마찬가지. 시속 30마일이 넘는 강풍속에 평균 300야드를 넘는 드라이브샷은 불과 3차례만페어웨이에 떨어졌고 그린 적중률도 50%에 불과했다. 또 전반에만 3퍼트가 3차례, 1라운드 퍼트 수가 34개까지 치솟으면서 버디는 한개도 잡지 못했고 보기만 7개 범해 이 대회 출전 사상 최악의 스코어를 내며 공동101위까지 처졌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김상훈기자 khoon@yna.co.kr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