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프로야구 전반기의 특징은 극심한 성적 양극화와 `3강'이 벌인 유례없는 상위권 쟁탈전으로 요약된다. 전체 페넌트레이스(532경기)의 56.9%인 303경기를 소화하고 전반기를 마친 가운데 선두권중 최하위인 3위 삼성은 4위 LG에 무려 10게임 앞서 있다. 반면 후미그룹의 7위 두산은 6위 한화와의 승차가 9게임, `꼴찌' 롯데는 한화에 11게임이나 벌어져 두 팀 모두 중위권 진입 희망이 가물가물해졌다. 뚜렷한 양극화 속에 현대와 SK, 삼성의 선두 다툼은 어느 시즌보다 뜨거웠다. 막판 자리를 맞바꾼 현대와 SK는 승차없는 1, 2위에 랭크돼 있고 3위로 밀려난 삼성도 현대.SK와의 승차가 고작 2게임에 불과하다. '지장' 김재박 감독이 이끄는 현대는 탄탄한 마운드와 '헤라클레스' 심정수가 선봉장으로 나선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앞세워 막판 SK와의 3연전을 2승1무로 압도하며 지난 5월14일 이후 2개월 만에 선두 탈환에 성공했다. 일본프로야구생활을 접은 '돌아온 에이스' 정민태가 최근 부진하지만 시즌 개막전부터 무패행진으로 8승을 거뒀고 올 해 첫 선을 보인 용병투수 쉐인 바워스가 다승부문 1위(10승)에 오르며 선발 주축으로 자리잡았다. 불펜진도 시즌 초반 15세이브를 올렸던 전담 마무리 조용준이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있지만 신철인, 이상열, 송신영의 막강 허리를 구축하고 있고 권준헌도 조용준의 마무리 공백을 잘 메우고 있다. 타선에서는 득점(64득점).출루율(0.483) 각 1위에 오른 심정수가 홈런 2위(32홈런)의 빼어난 장타력에 타율 0.333의 고감도 타격감으로 공격을 이끌고 있고 정성훈(타율 0.338)과 이숭용(14홈런.타율 0.294)도 상승세를 이끈 주역이다. SK는 막판 선두 자리를 내줬지만 전반기 내내 돌풍의 주역이었다. 올 해초 시범경기 1위에도 불구하고 4강권 전력으로 분류됐던 SK는 이승호, 채병용, 제춘모 등이 주축이 된 영건 마운드와 `명포수' 박경완의 뛰어난 투수 리드가 '시너지효과'를 내며 상대 타선에 대량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여기에 리딩히터 이진영(타율 0.341)을 앞세운 매서운 소총부대의 공격력과 '데이터야구의 마술사' 김성근 전 LG 감독으로부터 세밀한 분석야구를 전수받은 초보사령탑 조범현 감독의 용병술이 더해져 선두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삼성은 8개 구단 최고의 화려한 타선을 보유하고도 마운드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해 당초 선두 독주 예상을 깨고 고전했다. 타선에는 이승엽이 홈런더비 선두(37개)를 질주중인 이승엽과 타격감이 살아난 양준혁(타율 0.329)이 공격의 중심에 섰고 한 동안 타격 부진에 시달렸던 마해영도 결정적인 한방으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토종 에이스 임창용이 다승 공동 1위(10승)에도 불구하고 용병투수 나르시소 엘비라는 부진으로 방출됐고 믿었던 배영수도 4승에 그쳤다. 당초 선두권 전력으로 평가됐던 기아의 5위 추락은 이변이었다. 시즌 초반 8연승으로 삼성과 `양강'을 이뤘던 기아는 지난해 첫 외국인 다승왕(19승) 마크 키퍼가 4승만을 기록한 뒤 두산으로 옮겨갔고 선발 주축 김진우도 지난 4월 폭력사태에 휘말려 5승에 그치는 등 마운드의 힘이 떨어진게 아쉬웠다. 또 공격야구를 추구하는 이광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LG는 확실한 에이스가 없어 '벌떼작전'이 불가피했고 간판타자 이병규가 지난 5월 왼쪽 무릎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하는 등 주전 공격수들의 잇단 부상으로 백업요원으로 살림을 꾸려왔다. 역시 유승안 감독이 새 사령탑으로 취임한 한화도 에이스 송진우의 팔꿈치 부상재발과 원투펀치 정민철의 막판 부진으로 마운드 운용에 어려움을 겪었고 송지만, 이영우의 방망이마저 시원하게 터져 주지 않아 6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후미그룹으로 밀려난 두산과 롯데는 마운드와 타선 모두 중량감이 떨어져 거듭된 연패행진으로 힘겨운 탈꼴찌 싸움으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개인기록에서는 불붙은 홈런포로 올 해 아시아홈런신기록(55개) 경신 기대감을 높인 이승엽이 지난 달 22일 SK전에서 세계 최연소 300홈런 고지에 오르며 프로야구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또 '기록의 사나이' 장종훈(한화)은 1천800경기 출장으로 신기록행진을 이어갔고 양준혁은 11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하는 등 풍성한 기록을 쏟아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