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블뢰' 프랑스가 2003컨페더레이션스컵 축구대회에서 티에리 앙리의 골든골로 `불굴의 사자' 카메룬을 꺾고 대회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프랑스는 30일(이하 한국시간) 파리 생드니경기장에서 벌어진 대회 결승에서 전.후반을 득점없이 비긴 뒤 연장 7분 앙리가 극적인 결승골을 뿜어내 카메룬을 1-0으로 누르고 한국과 일본이 공동 개최한 2001년 대회에 이어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7일 준결승 경기 도중 그라운드에 쓰러져 사망한 카메룬 미드필더 마르크비비앵 푀(28)를 추모하는 분위기 속에 시작된 이날 경기는 동료의 죽음이 몰고온슬픔을 딛고 그라운드에 선 카메룬 선수들의 투혼이 빛난 명승부였다. 경기 시작전 전원이 푀의 유니폼을 입고 연습을 한 카메룬 선수들은 전.후반과연장 내내 적극적인 공격을 펼치며 프랑스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으나 앙리에게 뼈아픈 결승골을 헌납해 `눈물의 준우승'에 머물렀다. 경기 시작 후에도 빈프리트 셰퍼 감독과 코칭 스태프, 교체 선수들은 푀의 유니폼을 그대로 입고 벤치에 앉았다. 전.후반 90분은 양팀이 1차례씩 잡은 결정적 찬스를 아쉽게 놓치며 골이 터지지않은 채로 끝났다. 중원의 지휘자 로베르 피레스가 선발 출장하지 않은 프랑스는 전반 18분 앙리의왼발슛과 4분 뒤 지브릴 시세의 헤딩슛으로 카메룬의 문전을 위협하며 기세를 올렸다. 앙리는 후반 11분 시세가 상대 골키퍼와 뒤엉켜 넘어진 뒤 골지역 정면으로 열어준 볼을 텅빈 골문으로 밀어넣었으나 왼쪽 골포스트를 살짝 빗나갔다. 카메룬의 반격도 만만찮았다. 카메룬은 전반 35분 은디에피의 오른발 슬라이딩슛이 프랑스 골키퍼 바르테즈의선방에 막히고 후반 22분 교체투입된 `킬러' 사뮈엘 에토오가 3분 뒤 왼쪽 측면에서올라온 아투바의 센터링을 골키퍼와 1대1로 맞선 상황에서 발을 갖다 댔으나 골포스트를 빗나갔다. 카메룬은 후반 중반 이후 주도권을 잡고 파상공세를 폈으나 연장 초반 프랑스의전광석화같은 역습에 땅을 쳤다. 피레스가 후반 교체 투입돼 전열을 가다듬은 프랑스는 연장 7분 릴리앙 튀랑이카메룬 미드필더 오른쪽에서 순식간에 수비진을 뚫는 스루패스를 찔러넣었고 앙리는특유의 스피드로 문전으로 대시하며 오른쪽 발을 살짝 갖다대는 터치슛으로 카메룬의 왼쪽 골 네트를 갈랐다. 앙리는 4골로 이번 대회 득점왕에 올랐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는 식전 행사가 취소된 대신 푀 선수에 대한 추모 의식이 거행됐다. 양팀 선수들은 통상적인 A매치 관행과는 달리 팀 별로 1명씩 엇갈려 그라운드에도열한 뒤 어깨동무를 하고 국가 연주전 1분여 간 푀의 명복을 비는 묵념을 올렸다. 묵념이 진행되는 동안 카메룬 주장 리고베르 송은 푀의 대형 영정을 들고 고개를 떨궜고 5만2천여명의 관중들도 일제히 푀의 넋을 기렸다. 관중석 곳곳에서도 얼굴에 푀의 이름을 페인팅한 관중의 모습과 그의 죽음을 기리는 배너가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옥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