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안정환(시미즈)의 대표팀 전격 합류와 아르헨티나전 출전 불발을 놓고 축구팬과 네티즌 사이에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한마디로 이번 파동은 움베르투 코엘류 한국축구대표팀 감독과 대한축구협회가 의사 소통 미비로 엇박자를 낸데다 우루과이전 참패로 궁지에 몰린 축구협회의 다급함이 낳은 합작품이었다. 축구협회는 지난 8일 우루과이전에서 0-2로 완패하자 다음날 코엘류 감독이 배석한 가운데 김진국 위원장이 주재로 기술위원회를 열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기술위원들은 스트라이커 부재를 토로하며 "안정환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김 위원장은 코엘류 감독에게 "좋다"라는 말을 듣고 적극 추진하게 됐다. 문제는 코엘류 감독은 군 복무 중인 안정환의 팀 합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반면 축구협회는 안정환을 통해 축구 인기를 되살리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기술위원회의 의견을 받아들인 협회는 조중연 전무의 중재를 통해 국방부에 안정환의 축구대표팀 합류를 공식 요청했다. 국방부 또한 `안정환, 아르헨티나전에 출전시켜라'는 네티즌의 비난글로 몸살을 앓고 있어 축구협회의 요청에 선뜻 응했다. 당시 국방부는 "국군병역생활규정에 훈련소에 입소한 신병은 업무연락, 기타 공무수행을 위한 공적인 외출을 허용한다"며 안정환에게 1박2일 외박을 허용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당사자인 코엘류 감독과 안정환이 전혀 준비가 돼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안정환은 경기 전날인 10일 오후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 들어온 뒤 "유격훈련 도중 아무생각없이 왔다"면서 "아무런 준비도 안돼 있는데 무슨 경기를 뛰란 말이냐"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정도였다. 코엘류 감독 또한 "안정환이 온 건 환영한다"고 말했지만 이는 '외교적 수사'였을 뿐 갑작스런 안정환의 합류로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결국 11일 저녁 아르헨티나전은 시작됐고 안정환의 몸상태가 좋지 못하다고 판단한 코엘류 감독은 경기종료 20분 정도를 남기고 조커로 투입하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후반에 수비수 이기형(성남)이 실려나와 최성용을 투입하는 바람에 교체멤버 4명을 모두 사용해 결국 안정환이란 카드를 꺼낼 수 없었다. 철저한 수비축구로 아르헨티나전을 일관했던 코엘류 감독은 수비를 빼고 어제까지 군화를 신던 안정환을 공격수로 내세우는 걸 모험으로 여겼을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이번 안정환 파동의 최대 피해자는 안정환의 플레이를 기대하며 경기를 지켜봤던 축구팬들로 안정환 영입을 무리하게 추진했던 축구협회는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