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 밀란(이탈리아)이 마침내 2002-2003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안았다. AC 밀란은 29일 잉글랜드 맨체스터 올드트래퍼드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전.후반과 연장 120분을 득점없이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골키퍼 디다의 신들린선방에 힘입어 이탈리아프로축구 세리에A 우승팀 유벤투스를 3-2로 꺾고 우승했다. 0-0 상황에서 승부차기로 우승팀이 결정된 것은 지난 91년 이후 이번이 처음. AC 밀란은 이로써 94년 이후 9년만에 정상에 등극하며 통산 6번째 우승샴페인을떠뜨렸고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AC 밀란에서 선수와 사령탑으로 챔피언스컵을 안는 영광을 누렸다. 이날 상대 진영에서 맹활약한 네덜란드대표팀 미드필더 클라렌세 세도르프는 아약스(95년), 레알 마드리드(98년)에 이어 AC 밀란에서도 우승을 맛보며 3곳에서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른 최초의 선수가 됐다. 진땀을 빼던 승부차기에서 AC 밀란은 브라질 출신 GK 디다가 상대 1번키커 다비드 트레제게의 슛을 막아낸 데 이어 세르지뉴가 침착하게 골문에 차넣어 1-0으로 리드하면서 승기를 잡았다. 디다는 이후 유벤투스의 3, 4번 키커인 마르셀로 잘라예타와 파올로 몬텔로의슛도 막아냈고, 유벤투스의 수문장 부폰도 2, 3번 키커인 세도르프와 칼라드제의 슈팅을 처내 4번째 대결까지 2-1로 AC 밀란의 리드는 계속됐다. 유벤투스의 5번째 선수인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가 골을 성공시키며 2-2로 동점을 만들었지만 AC 밀란은 안드리 셰브첸코가 골문 오른쪽으로 보고 정확히 슈팅하며환호,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탈리아팀끼리의 첫 챔피언스컵 결승인 이날 경기 전반은 우크라이나의 특급골잡이 셰브첸코와 필리포 인차기가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진을 흔든 AC 밀란이 주도해나갔다. AC 밀란은 전반 8분 셰브첸코가 인차기의 패스를 슈팅으로 연결한 게 상대 수비수 맞고 네트에 꽂혔으나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아쉬움을 달랬고 8분 뒤 인차기의 결정적인 헤딩슛을 부폰이 동물적인 감각으로 걷어내면서 또 한번 땅을 쳤다. 공세에 고삐를 당겼던 AC 밀란은 37분 후이 코스타의 슈팅이 살짝 빗나가는 등예봉을 과시했으나 상대 골문은 열리지 않았고 유벤투스는 경고누적으로 빠진 체코출신 미드필더 네드베드의 공백으로 허리에서 주도권을 뺏기며 좀체 공격의 활로를뚫지 못했다. 유벤투스는 투톱인 트레제게와 델 피에로가 전반 이렇다할 슈팅 기회를 잡지 못할 만큼 플레이가 위축됐다. 그러나 후반 마우로 카모라네시를 빼고 안토니오 콘테를 교체 투입한 유벤투스는 후반 2분 콘테의 벼락같은 헤딩슛이 골대를 맞고 나온 뒤 비로소 승부의 균형을찾았다. 이후 양팀은 반칙이 속출되는 거친 플레이속에 밀고 밀리는 접전을 벌였으나 골을 넣지 못해 연장에 돌입했으나 역시 소득이 없었다. (서울=연합뉴스) 박재천기자 jc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