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강의 축구클럽을 가리는 챔피언스리그패권이 사상 처음으로 이탈리아 팀간 한판승부로 가려지게 됐다. 유벤투스(이탈리아)는 15일(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 토리노의 델레 알피 홈구장에서 벌어진 유럽축구연맹(UEFA) 2002~03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다비드 트레제게,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 파벨 네드베드 `삼각편대'의 릴레이골을 앞세워 지난해 우승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를 3-1로 물리쳤다. 델 피에로는 이날 1골, 1어시스트로 승리의 주역이 됐다. 올시즌 세리에A 2연패를 확정한 유벤투스는 이로써 1차전 패배(1-2)를 포함, 1승1패를 기록했으나 골득실에서 앞서 98년 우승 이후 통산 7번째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 85년과 96년, 2차례 챔피언스컵을 포옹했던 유벤투스는 통산 5회 우승 기록을 지닌 AC 밀란(이탈리아)과 오는 29일 잉글랜드 올드 트래퍼드에서 결승전을 갖는다. 이탈리아 팀간의 챔피언스리그 결승 격돌은 1955년 대회 출범 후 처음이다. 라울이 맹장 수술을 받고 호나우두가 장딴지를 다친 레알 마드리드는 `이빨 빠진 호랑이'와 다를 바 없었다. 공격 투톱의 난조 속에 미드필더 마켈렐르마저 허벅지 부상으로 빠진 마드리드와는 대조적으로 유벤투스는 7만 홈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선발라인업을 정상 가동, 시작부터 파상공세를 펼치며 `호화군단'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마드리드는 수술에서 회복이 덜 된 라울을 선발로 내세우고 후반엔 호나우두까지 투입하는 고육책을 썼지만 전세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유벤투스의 첫 골은 전반 휘슬이 울린 지 12분 만에 터졌다. 네드베드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볼을 델 피에로가 페널티지역 내 왼쪽에서 머리로 받아 반대 방향으로 떨구자 이를 트레제게가 감각적인 왼발슛으로 연결, 선제골을 뽑아낸 것. 기선을 잡은 유벤투스에게 이후 거칠 것은 없었다. 전반 43분에는 세리에A 득점 선두 델 피에로가 페널티지역 내 왼쪽에서 수비 사이를 가르는 절묘한 기습슛으로 스페인대표팀 주전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를 다시 무너트리며 또 한번 열광의 도가니를 연출했다. 반면 마드리드는 불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후반 7분 호나우두를 넣어 반전을 시도한 마드리드는 22분 호나우두가 문전으로 파고 들다 상대 수비에 걸려 넘어지면서 페널티킥을 얻어냈으나 루이스 피구의 슛이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의 선방에 막히는 바람에 되레 힘이 빠졌다. 피구의 실축으로 더욱 기세가 오른 유벤투스는 6분 후 하프라인으로부터 롱패스를 받은 네드베드가 아크 정면에서 왼쪽 옆그물을 흔드는 추가골을 터트리면서 마침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마드리드는 후반 44분 지네딘 지단이 1골을 만회한 데 이어 인저리타임으로 5분을 얻었지만 피구의 결정적인 센터링이 수비에 막히고 호나우두의 오프사이드 반칙과 라울의 헤딩슛 불발이 이어지면서 역전의 꿈을 이뤄내지 못했다. 1골만 보태면 원정득점 우선 원칙에 따라 결승에 오를 수 있었던 마드리드에게는 피구의 페널티킥 실축이 뼈아플 따름이었다. ◆4강 2차전 전적 유벤투스 2(2-0 1-1)1 레알 마드리드 ▲득점= 트레제게(전12분) 델 피에로(전43분) 네드베드(후28분.이상 유벤투스), 지단(후44분.레알 마드리드) (토리노 AP=연합뉴스)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