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세계프로골프투어가 시작된 지 5개월이 지났다. 올해도 예외없이 각 투어에서는 선수들의 명암이 엇갈렸고 웃어 넘기기에는 씁쓸한 해프닝도 많았다. ◆'클럽 고장'도 그 나름=프로들에게 클럽은 무기이자 '분신'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종종 플레이중 클럽이 파손되는 일이 있다. 다혈질인 세르히오 가르시아는 메르세데스챔피언십 도중 퍼트가 안되자 화를 참지 못하고 퍼터로 백을 치다 샤프트가 못쓸 정도로 굽어졌다. 이 경우 정상적인 플레이 과정에서 퍼터가 손상된 것이 아니므로 교체할 수 없다. 가르시아는 남은 7개홀을 8번·3번아이언 샌드웨지 등으로 퍼트했다. 그 반면 최경주는 마스터스 3라운드 6번홀에서 티샷 후 7번아이언 헤드가 떨어져 나가버렸다. 이 경우는 경기를 지체하지 않는 범위에서 클럽을 바꿀 수 있다. 최경주는 9번홀에서 다른 7번아이언으로 교체했다. ◆버디 또 버디=인간이 할 수 있는 연속 버디는 몇개인가. 구옥희는 일본 다이킨오키드 2라운드에서 투어 '한라운드 최다'인 11개의 버디를 낚았다. 노타 비게이3세는 혼다클래식 1라운드 14∼5번홀(총 10개홀)에서 9개의 버디를 기록했다. 투어 '최다 연속홀 버디'(8홀) 기록을 경신할뻔 했다. 크레이그 스펜서는 조니워커클래식 3라운드에서 투어 최다홀 연속 버디 타이기록인 8연속 버디를 했다. 그런가 하면 태국의 16세 아마추어인 차닌은 타일랜드오픈 3라운드에서 7연속 버디를 잡아 프로들을 무색케 했다. ◆앗! 나의 실수=제프 매거트는 마스터스 최종일 벙커샷을 하다가 그 볼이 자신의 몸에 맞는바람에 2벌타를 받았고,그 여파인지 우승경쟁에서 탈락했다. 시니어프로인 퍼지 젤러는 로열캐리비언클래식 1라운드 도중 6번홀 티잉그라운드에서 방송사 요청으로 드라이버샷 시범을 보이다가 실격당했다. 경기중 연습을 금지한 골프규칙 7조1항b 위반이다. 액센추어매치플레이챔피언십 3,4위전에서 막판 상승세를 타던 피터 로나드는 자신의 캐디가 볼을 밟는 바람에 아깝게 한 홀차로 져 4위에 머물렀다. 3,4위의 상금차이는 9만달러였다. ◆슬로플레이는 영원한 적=호주의 스콧 레이콕은 소니오픈 1라운드 2번홀을 마친 뒤 갑자기 용변이 마려웠다. 주위에 화장실이 없었던 탓에 그는 경기위원에게 요청해 카트를 타고 멀리 떨어진 화장실을 다녀왔다. 그런데 그를 기다린 것은 1벌타였다. 슬로플레이를 했다는 이유다. 그런가 하면 '백전노장' 세베 바예스테로스는 이달초 이탈리안오픈에서 슬로플레이로 1벌타를 받자 승복할 수 없다며 그것을 스코어카드에 가산하지 않았다가 실격당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세베는 "경기위원들이 나를 목표삼아 '슬로플레이와의 전쟁'을 하고 있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