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쇼크.'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한국 바둑이 오키나와에서 좌초하고 말았다. 한국은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일본 오키나와현 만자 비치호텔에서 벌어진 제2회 CSK배 바둑아시아대항전에서 일본과 대만에 연패하며 종합전적 1승2패로 3전 전승의 일본에 우승컵을 내줬다. 이로써 지난 2000년 8월 조훈현 9단이 후지쓰배를 제패한 이후 시작된 한국의 국제대회 연승 기록도 '23'에서 멈췄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만 해도 한국의 우승은 따놓은 당상처럼 보였다. 올 들어 열린 도요타덴소배와 춘란배(이창호 9단), LG배기왕전(이세돌 6단) 등 메이저 세계기전을 한국 기사들이 독식할 정도로 한국 바둑은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었기 때문. 참가 선수들도 조훈현.이창호.유창혁.이세돌.송태곤이라는 역대 최강의 드림팀으로 짜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1차전에서 중국을 4-1로 완파할 때만 해도 '세계대회 24연속 우승'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일본과 맞붙은 2차전에서 한국은 세계 최강 '이창호-이세돌' 투톱이 하네 나오키 9단과 요다 노리모토 9단에 잇달아 무릎을 꿇는 등 조훈현 9단을 제외한 전원이 일본 기사들에게 지며 1승4패로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한국팀은 3차전에서도 대만에 2-3으로 덜미를 잡혔다. 바둑계는 이번 참패에 대해 한 마디로 상대를 너무 얕본 방심의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무려 3년여간 큰 적수 없이 세계바둑계를 지배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지적도 들린다. 반면 주최국 일본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치밀한 준비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기사들은 거칠고 전투적인 한국 바둑을 타파하기 위해 한결같이 먼저 실리를 챙긴 다음 대세력 작전을 삭감하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