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팅이 오늘 나를 살렸다" 연장 4번째홀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시즌 2승을 따낸 박세리(26.CJ)는 경기 직후 우승의 원동력으로 '굴리면 들어간' 퍼팅을 주저없이 꼽았다. 박세리의 퍼팅은 최종 4라운드 18홀 동안 말 그대로 신들린 듯 컵을 찾아 들어갔다. 본격적으로 우승 경쟁에 뛰어든 11번홀부터 마지막 18번홀까지 8개홀에서 박세리는 6개홀에서 1퍼트로 홀아웃했고 연장전 4개홀에서도 3개홀을 1퍼트로 마무리지었다. 특히 위기 때마다 4∼5m 거리의 만만치 않은 내리막 퍼트를 모조리 성공시킨것은 셰이니 와(호주) 쪽으로 기우는 듯 하던 승부의 추를 완벽하게 돌려놓았다. 승부를 연장전으로 몰고 간 4라운드 18번홀(파5) 버디 퍼트는 '신기의 퍼팅'의시발점. 와가 두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 이글 찬스를 맞자 박세리도 2온을 노리고 페어웨이우드를 빼들었지만 볼은 그린을 넘어 러프에 떨어졌다. 더구나 와의 첫번째 퍼팅이 홀 1m 거리에 붙어 버디가 확실한 상황에서 박세리의 어프로치는 턱없이 짧아 1타차 우승을 내줄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4.6m의 내리막 슬라이스 라인에서 박세리는 버디 퍼팅을 떨궈 기사회생했다. 같은 18번홀에서 벌어진 연장 3번째홀에서 박세리는 더 나쁜 상황에 빠졌다. 두번째샷이 오른쪽으로 크게 밀리며 대회 본부 성적 집계 요원 텐트까지 날아가버렸다. 그린에서 20m 가량 떨어진 러프에서 벙커를 넘기는 세번째 샷을 쳐야 하는 박세리는 이미 그린 에지에 두번째 샷을 보내 이글 찬스를 만들어놓은 와에 그대로 무릎을 꿇는 듯 했다. 하지만 웨지로 높이 뛰운 볼은 홀 앞 3.5m에 멈춰섰고 박세리는 엄청난 중압감속에서도 버디 퍼팅을 집어 넣었다. 우승컵을 거의 손에 쥐었던 와는 경기가 끝난 뒤 "정말 그게 들어가리라곤 생각도 못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우승이 확정된 연장 4번째홀(10번홀)에서도 박세리의 퍼팅 솜씨는 빛을 발했다. 이곳에서 와가 티샷을 물에 빠트린 뒤 벌타를 받고 친 세번째 샷이 벙커에 들어가 승부는 일찌감치 가려진 듯 했다. 그러나 박세리의 두번째 샷이 그린을 넘어간데다 세번째 샷마저 짧아 5.5m 내리막 파퍼트를 남겨 승부의 향방을 쉽게 점칠 수 없게 됐다. 와가 벙커에서 탈출, 보기 퍼트를 남겨 놓아 박세리가 파퍼트에 실패하면 연장전을 계속해야할 상황. 박세리가 신중하게 라인을 살핀 뒤 홀을 향해 조심스럽게 굴린 볼은 갤러리들의탄성과 함께 컵 속으로 사라졌다. 마크했던 볼을 집어 들고 박세리에게 악수를 청한 와의 표정에는 '퍼팅 싸움에서 졌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LPGA 투어 선수들 사이에 널리 퍼진 '박세리가 퍼팅이 되면 아무도 못말린다'는말이 실감나는 하루였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