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타자로 손꼽히는 `라이언킹'이승엽(삼성)의 시즌 초반 타격 부진이 의외로 심각하다. 지난 17일까지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 11경기가 진행된 가운데 1할대 타율(0.196)의 빈타에 허덕이며 중심타자 자존심을 구기고 있는 것. 이승엽은 17일 현대와의 경기에서 0-2로 뒤지던 6회초 중전안타로 팀 선수 중유일한 타점을 올리며 3타수 1안타를 기록했지만 16일 현대전 5타수 무안타와 13일한화전 4타수 무안타로 헛방망이질이 잦았다. 홈런에서도 지난 5일 두산과의 시즌 개막전에서 연타석 아치를 그리고 11일 한화전에서 시즌 3호 홈런을 쏘아올린 후 1주일 가까이 방망이가 침묵하고 있다. 지난해 47개의 아치로 홈런왕에 오른 것을 비롯해 타점(126타점), 득점(123득점), 장타율(0.689) 등 공격 4개부문 1위를 휩쓸었고 최다안타(165안타), 출루율(0.436)각 2위와 타격 3위(타율 0.343)의 맹활약을 펼쳤던 타자의 성적으로는 믿기지 않을정도다. 특히 이미 홈런 5개를 때린 마해영과 지난해 극심한 타격 슬럼프로 마음고생을했던 양준혁이 각각 시즌 타율 0.400과 0.421의 불꽃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어 이승엽의 자괴감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최근 머리를 짧게 깎고 각오를 새롭게 다졌지만 한번 고개를 숙인 방망이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아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한다. 이런 이승엽의 타격 부진은 올 시즌 후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려면 좋은 성적을내야 한다는 과도한 부담감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교한 타격보다 결정적인 한방에 욕심을 내게 되고 스윙 궤적이 커지면서 타격밸런스가 흐트러져 타격감 저하는 당연한 귀결이라는 것. 그러나 정작 걱정해야 할 사령탑 김응용 감독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이승엽이 빈타에 시달릴때 하위타선으로 내리는 극약처방까지 쓰기도 했던 김 감독은 "승엽이가 지난해도 한동안 타격 부진에 시달렸다. 하지만 금방 자기페이스를 찾더라"며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지난해 5월 한달 동안 10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통산 4번째 홈런왕을 차지했던 `5월의 사나이' 이승엽이 깊은 봄잠에서 깨어나 최고타자의 자존심을 회복할 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