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경복 감독이 마침내 거함 박종환을 침몰시켰다. 한국의 `레알 마드리드'인 성남 일화의 차경복(66) 감독은 26일 저녁 성남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홈경기에서 박종환 감독이 이끄는 대구FC를 2-0으로 꺾고 8년 동안 맺힌 설움을 한꺼번에 풀었다. 차 감독은 전북 다이노스 창단감독이던 95년 당시 박 감독이 이끌던 성남과의 맞대결에서 4승 1무를 기록, 단 한차례도 이기지 못해 유독 `박종환'이란 이름 앞에선 약한 모습을 보였다. 엘리트 코스를 밟지 못한 차 감독이 청소년 및 국가대표 출신에다 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4강 신화를 이끈 박 감독을 어렵게 생각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차 감독은 경기에 앞서 "성남이 최강의 전력을 갖춰 대구에 비해 한 수 위지만 박 감독은 상대를 꿰뚫어보는 명장이라서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라며 은근히 걱정할 정도였다. 반면 박종환 감독은 "30여명의 선수로 뭘하겠냐"며 "전략이고 뭐고 논할 단계가 아니니 그냥 경기만 지켜봐달라"며 힘찬 발걸음으로 선수대기실로 향해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이날 경기에서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대구는 전반부터 무서운 기세로 성남을 몰아세워 차 감독의 우려대로 성남이 대구의 첫 승 제물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했다. 하지만 최강의 전력으로 평가받는 성남은 후반 17분 박병주가 퇴장당하면서 급격히 전열이 흐트러진 대구의 약점을 파고들며 골 세례를 퍼부어 차 감독에게 박종환 징크스를 벗게 했다. 경기 종료 후 박 감독과 다정하게 악수를 나눈 차 감독은 "박 감독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모처럼 이겨보니 말할 수 없이 기분이 좋다"면서 "그러나 우리의 우정은 언제나 변함없다"고 밝혔다. 박 감독과 8년만의 승부에서 완승을 거둔 차 감독은 오는 7월 9일 대구 원정경기를 통해 다시 한번 우정의 승부를 펼친다. (성남=연합뉴스) 심재훈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