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록'이 '신예'를 제압했다. 세계랭킹 2위 어니 엘스(34·남아공)는 미국 PGA투어 소니오픈(총상금 4백50만달러·우승상금 81만달러)에서 '무서운 루키' 애런 배들레이(21·호주)의 추격을 뿌리치고 우승컵을 안았다. 벌써 시즌 2승,투어통산 12승째다. 미 투어에서 한 선수가 '시즌 초반 2개 대회'를 석권하기는 1989년 스티브 존스 이후 14년 만이다. 엘스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없는 사이 두 대회에서 우승함으로써 '우즈 천하'를 뒤집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20일(한국시간) 하와이 와이알레이CC(파70)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배들레이가 엘스에게 2타 앞선 채 4라운드를 시작했지만 두 선수는 역전 두번,공동 선두 네번에서 보듯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선두 다툼을 벌였다. 정규 라운드의 고비는 17,18번홀이었다. 배들레이가 17번홀(파3)에서 90㎝ 거리의 파 퍼트를 놓쳐 1타 뒤지자 갤러리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호주오픈 역대 최연소 챔피언 출신인 배들레이는 18번홀(파5)에서 3.6m 버디 퍼트를 넣으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이날 엘스는 3언더파 67타,배들레이는 1언더파 69타를 쳤고 합계 스코어는 나란히 16언더파 2백64타였다. 18번홀에서 벌어진 연장 첫번째 홀은 두 선수 모두 버디로 무승부. 연장 두번째 홀은 10번홀(3백53야드)에서 치러졌다. 엘스의 티샷은 그린 앞 13m 지점의 러프,배들레이의 티샷은 그린사이드 벙커에 각각 빠졌다. 엘스의 러프 칩샷은 깃대를 지나 그린프린지에 멈추었다. 홀까지는 16.5m. 반면 배들레이의 벙커샷은 홀 6m 지점에 멈추었다. 배들레이가 유리한 상황. 그런데 여기서 '뜻밖의' 버디가 나와 기나긴 승부를 마감했다. 엘스가 그린프린지에서 퍼터로 친 볼이 똑바로 구르더니 홀 속으로 사라진 것. 거짓말 같은 버디였다. 승부의 추가 엘스 쪽으로 기운 까닭인지 배들레이의 버디 퍼트는 홀 가장자리에 멈추고 말았다. 엘스의 롱버디 퍼트는,3년 전 하와이에서 열린 메르세데스챔피언십 연장 두번째 홀에서 그가 타이거 우즈에게 당한 12m 버디 퍼트를 연상하게 하는 것이었다. 배들레이는 엘스를 맞아 접전을 벌였지만 경험 많은 엘스의 '한 방'에 미 PGA투어 첫승을 뒤로 미뤄야 했다. 그는 지난 99년 18세의 아마추어 때 그레그 노먼,콜린 몽고메리를 제치고 호주오픈 정상에 오른 뒤 그 이듬해 프로가 돼 다시 그 대회 우승을 차지하는 등 '호주의 골프 신동'으로 불린다. 배들레이는 이번 대회에서 깊은 인상을 남기며 올 시즌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최경주(33·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는 이날 2언더파(버디 3개,보기 1개) 68타,합계 2언더파 2백78타로 공동 56위에 머물렀다. 최경주는 24일 열리는 피닉스오픈에 출전한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