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의 3라운드 선전은 시즌 개막전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 못지 않게 의미있는 라운드였다. 레티프 구센과의 맞대결에서 보란 듯이 이겼기 때문. 미국 PGA투어 프로 4년차인 최경주는 데뷔 초기 무명시절에 '설움'을 많이 받았다. 드라이빙레인지나 라커룸에서 투어 동료들에게 '아는 체'해도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최경주는 "그 중에서도 가장 심하게 차별한 선수가 바로 구센"이라고 말했다. 남아공 특유의 인종차별 의식이 몸에 뱄던지 먼저 인사해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무시하고는 했다. 타고난 '오기'에 기량까지 겸비하게 된 최경주가 결국 이번에 구센을 무너뜨린 것. 최경주가 그를 무시한 사람에게 실력으로 '복수'를 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경주는 지난해 9월 초 한국오픈에서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클럽으로 갤러리를 때리려 하는 등 '저급한 매너'를 보여주자 "미국에 가서 한번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2일 투어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마침 가르시아와 같은 조에 편성됐다. 최경주는 당시 68타를 기록,73타를 친 가르시아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