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아디다스인터내셜대회에서 우승, 한국테니스 사상 처음으로 투어 대회 정상에 오른 이형택(27.삼성생명)은 두말 할 필요없는 한국 테니스의 간판. 투어 무대에 적응한 만큼 올해는 꼭 우승컵을 안고 싶다는 꿈을 이룬 그는 워낙파워가 뛰어나 세계의 벽을 두드릴 '물건'으로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었고 그 가능성이 현실이 된 것은 2000년 메이저대회의 꽃으로 불리는 US오픈이었다. 테니스 선수라면 누구나 한번 서보고 싶다는 US오픈 메인코트인 플러싱메도 국립테니스센터에서 지금도 생생한 16강 진출의 감격을 일궜냈던 것. 강원도 횡성 출신의 '촌놈'이 한국 테니스사의 한획을 그으며 일약 스타플레이어로 발돋움한 순간이었다. US오픈의 맹활약으로 ATP 투어 랭킹이 50위까지 치솟았던 이형택은 빠른 발놀림과 두뇌 플레이, 포어핸드와 백핸드 가릴것 없는 세계 정상급의 스트로크는 물론 네트플레이도 좋은 '올라운드플레이어'로 특히 하드코트에 강한 면을 보이고 있다. 이날 '총알서브'를 내뿜은 세계랭킹 4위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스페인)를 꺾고우승할 수 있었던 것도 빠른 발과 강력한 스트로크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180㎝, 75㎏의 신체조건에 오른손잡이인 이형택은 원주중-봉의고-건국대를 거쳐98년 삼성증권에 둥지를 틀었다. 횡성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뒷바라지를 하고 있는 홀어머니 최춘자(61)씨를 끔찍하게 생각하는 효자로 소문난 3남 중 막내. 학창시절 국내에서는 적수가 없었던 그가 상승일로를 걷게 된 것은 98년 이후였다. 98년방콕아시아게임 단체전 우승으로 군대문제를 해결, 심적 부담을 떨쳐버린뒤 기량이 일취월장해 '99 팔마유니버시아드, 요코하마남자챌린저, 2000년 브롱코스남자챌린저 단식 우승, US오픈 16강, 2001년 ATP 투어 남자클레이코트챔피언십 준우승, 2001년 삼성증권배챌린저 2연패, 2002년 요코하마챌린저 제패 등 순항을 계속해왔다. 이번 대회 직전까지 투어에서만 51승49패를 거뒀고, 통산 상금도 52만여달러에달했다. 그러나 성공한 유명스타가 대부분 그렇듯 이형택도 굴곡은 있었다. 지난해 부산 아시안게임을 전후해 국가대표팀 처우 문제 등을 놓고 협회측과 갈등을 빚은 끝에 노골드에 그쳤고 결국 대표 은퇴 선언까지하는 등 힘든 나날을 보냈던 것. 이번 우승으로 일부 팬들의 곱지않은 시선도 깨끗이 씻은 이형택이 앞으로 한국테니스의 역사를 계속 바꿔나갈 수 있을 지 관심을 모은다. (서울=연합뉴스) 박재천기자 jc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