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북동부의 맨 가장자리에 위치한 베네치아는 동양으로 가는 관문이었다. 또,십자군 전쟁에서의 승리로 부와 권력을 한꺼번에 획득한 명예로운 도시였다. 그런 흔적들은 성 마르코 성당의 화려함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정기적으로 홍수의 피해를 입으면서도 꿋꿋하게 어려움을 견뎌낸 '물의 도시'.교통수단으로 곤돌라를 이용하는 불편함을 감내한 채 이를 세계적인 관광상품으로 만들어낸 지혜로운 베네치아인들을 만나본다. 연간 1천 2백만명의 관광객들이 들르는 베네치아의 매력은 대운하를 따라 유유히 흐르는 곤돌라를 타면서 도시를 탐미하는데 있다. 곤돌라는 11세기부터 이 도시의 일부분이 되어 왔다. 날렵한 선체와 평평한 밑면을 가진 이 배는 좁고 얕은 운하를 돌아다니는 데는 정말 완벽한 교통수단이다. 뱃머리가 약간 왼쪽으로 굽어진 것은 노의 힘을 저지하면서 곤돌라가 원을 그리며 도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한 때는 사람들이 부의 상징으로 곤돌라를 지나치게 화려하게 꾸미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곤돌라를 검은 색으로 칠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고 한다. 아무튼 베네치아는 곧 곤돌라로 상징되고 실제로 수로를 따라 줄지어 있는 궁전들을 바라보는 재미가 각별해서 베네치아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타볼 만 하다. 베네치아엔 무려 177개의 운하와 118개의 섬,400여개가 넘는 다리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특히,대운하는 산타 루치아에서 리알토까지,그리고 산 마르코까지 이어진다. 리알토를 지나치면 운하는 라볼타라고 알려진 수로를 따라 회항하게 된다. 그러면 운하의 폭이 더욱 넓어지고 산 마르코 광장에 다가갈수록 풍광도 더 멋있어진다. 베네치아 관광의 기점은 바로 이 산 마르코 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도 지도를 보면서 걸어도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없는 베네치아는 사실,그 둘레가 약 11km에 불과한 작은 도시이다. 다만,좁은 골목길과 운하가 뒤섞여 미로 같은 역할을 해서 길찾기가 쉽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산 마르코 광장에서 첫 걸음을 내딛는다. 광장은 산마르코 대성당과 두칼레 궁전을 품은 베네치아 관광의 핵심명소로 오랫동안 화려한 축제와 행사를 개최해왔다. 또 여행자들이 노천까페에서 낭만적인 베네치아의 풍광을 즐기기에도 적합하다. 광장의 정면을 장식하는 산 마르코 대성당은 동서양 건축기술과 장식예술이 조화를 이룬 전당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콘스탄티노플에서 사들인 유명한 청동 마상들의 복제품과 부조,채색된 대리석이 돋보이고 주 출입구가 아름다운 이태리 로마네스크 양식의 조각으로 장식되어 있다. 둥근 돔은 동양적인 이미지가,실내는 이태리의 자유분방하고 귀족적인 느낌이어서 누구든 이곳에 발을 들이면 한번쯤 숨을 고르게 된다. 대성당과 함께 꼭 들러야할 명소는 두칼레 궁전.한때 베네치아 지배자들의 본거지였으며 국가 기관이기도 했던 이 총독들의 궁전은 고딕 건축 양식의 백미로 일컬어진다. 궁전안에서 가장 인기있는 장소는 살라 델 마조르 콘시글리오란 이름의 거대한 홀.베네치아 시의회 멤버들의 미팅장소로 사용된 이 홀은 틴토레토의 거대한 작품인 '천국'이 벽 끝을 가득 메우고 있다. 황금색으로 채색된 고풍스런 느낌의 천정과 아치형으로 만들어진 넓은 창들이 이곳에서 베네치아를 지배했던 사람들의 화려한 생활을 한가닥 짐작케 한다. 물론,베네치아엔 아름답고 화려한 궁전들외에도 독특한 명소들이 즐비하다. 베네치아의 특산품인 유리제품으로 유명한 무라노섬의 유리박물관,이태리의 국제적인 휴양지로 알려진 리도섬의 토플리스 해변,그리고 아카데미아 미술관이 그곳이다. 어디를 향하든 쉽게 곤돌라로 연결되고 가볍게 베르디의 아리아를 읊조리는 사공의 넉살도 덤으로 얻는 베네치아로의 여행은 한겨울 특별한 추억이 될 것이다. 글=이유진(객원기자) 여행문의=이태리관광청(02-775-8806) 자유여행사(02-7579-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