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들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스코어·거리 등 숫자 계산에는 밝으면서도 샷할 때 보면 단순한 점이 적지 않다. 파4,파5홀 티잉그라운드에 서기만 하면 드라이버를 잡는 일,파5홀에서 세컨드샷은 페어웨이우드로 치는 일,10m 안팎의 롱퍼트인데도 곧바로 홀을 겨냥하는 일 등이 대표적인 단순성이다. 그린을 향해 어프로치샷을 날릴 때 '무작정' 깃대를 겨냥하는 일도 그런 단순함 중의 하나다. 깃대 앞에 트러블이 있어도,깃대가 그린 가장자리에 꽂혔어도 타깃은 오로지 깃대다. 샷이 잘못됐을 경우 1∼2타 손실이 불을 보듯 뻔한데도 말이다. 어프로치샷을 하려고 그린을 볼 때 깃대는 아예 의식에서 지워버리면 어떨까. 깃대의 위치는 신경쓰지 말고 그린 전체의 덩어리만 염두에 두라는 얘기다. 그런 뒤 자신이 바라볼 때 가장 편안한 위치를 주목한다. 바로 그 곳을 향해 샷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홀에서 어프로치샷 실수로 더블보기나 트리플보기를 하는 일은 드물어진다. 18홀 전체의 스코어를 이런 식으로 관리하다 보면 80대 스코어를 유지하는 것이 '먼 길'은 아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