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의 자존심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기아와 LG의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완봉승을거두고 팀을 한국시리즈 1승 앞으로 다가서게 한 최상덕(31.기아)이 포효했다. 최상덕은 올 시즌 팀의 개막전 선발 투수로 나서 5월 중반까지 다승선두를 달리며 승승장구했지만 7월23일 한화전 직후에 발생한 오른쪽 어깨 부상으로 40여일 동안 선발 로테이션에 빠져 가슴 아픈 재활의 시간을 보냈다. 데뷔 이듬해인 지난 95년 한화 장종훈의 타구에 얼굴을 맞은 부상으로 미국 등을 오가며 재활치료를 받느라 등판 기회조차 좀 처럼 얻지 못해 방황하던 시절이 반복되는게 아닌가 하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홍익대 시절인 93년 대학선수권대회에서 최우수 투수상까지 받고 94년 태평양에서 데뷔했던 최상덕은 95년의 부상으로 팀을 해태로 옮긴 96년 수술을 받았고 97년까지 재활치료를 받느라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했던 것이다. 최상덕이 부상에서 신음하는 사이 기아의 `용병 선발 듀오' 다니엘 리오스와 마크 키퍼는 팀의 주축 투수들로 자리 잡았고 부상에서 돌아온 최상덕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하지만 95년의 부상도 잘 극복했던 최상덕은 포기하지 않았고 등판 기회가 있을때마다 최선을 다해 올 정규리그 동안 8승7패로 웬만한 성적을 거뒀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티켓이 걸린 플레이오프가 다가왔고 1,2차전 선발을 리오스와 키퍼에게 빼앗겨 마음이 상했던 최상덕에게도 한국시리즈 진출 여부의 갈림길이될지도 모를 3차전 선발 등판의 기회가 돌아왔다. 차가운 날씨 만큼 모질게 마음을 먹은 최상덕은 온힘을 다해 공을 뿌렸고 9이닝을 무실점의 완봉으로 막은 완벽투구를 펼쳐 기아 최고의 투수는 자신이라는 것을알렸다. "7월의 부상으로 한동안 쉰게 어깨와 체력 회복에 오히려 도움이 된 것 같다"는최상덕은 "팀내의 외국인 투수들보다 잘 던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기쁘다"고 플레이오프 완봉승의 소감을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봉석기자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