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에서 `한국 킬러'들의 기세가 무섭다. 태권도 첫 날 경기가 열린 10일 남자 라이트급(72㎏)에 출전한 한국의 이재신(한체대)은 각종 국제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을 괴롭혀온 이란의 사에이 하디에게 5-3으로 패배, 은메달에 머물렀다. 하디는 최근 3년 간 시드니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신준식에게만 2차례 졌을 뿐 나머지 한국 선수와의 역대 전적에서 9승2패의 압도적인 우위를 지켜온 대표적인 한국 킬러. 코칭스태프는 최근 경기 비디오를 모조리 수집해 분석하는 등 `하디 격파'에 심혈을 기울였으나 결국 또한번 고배를 마셔야 했다. 여자 핀급(47㎏)의 강지현(경희대)도 대만의 라이벌 첸신심에게 4-2로 석패, 동메달에 그쳤다. 특히 첸신심은 강지현의 주특기인 빠른 발 뒷차기와 나래차기 공격을 거의 완벽하게 방어해내 한국 선수에 대한 전력 분석이 상당한 수준임을 입증했다. 대회 첫날부터 한국 킬러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한국 대표팀의 걱정은 앞으로 더 깊어질 전망이다. 남은 체급에 또다른 킬러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 미들급(84㎏)의 카라미 요제프(이란)는 한국 선수와의 역대 전적에서 10전 전승을 올린 `천적 중의 천적'. 이 체급에 출전하는 간판스타 김경훈(에스원)도 요제프와의 대결은 부담스러운게 사실이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김경훈이 최중량급에 출전하는 바람에 맞대결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번엔 `진검승부'가 불가피하다. 또 한국 선수들과의 대결에서 5승5패를 기록하고 있는 이란의 크마제 마지드가 남자 웰터급(78㎏)에 도사리고 있고 여자 미들급(72㎏)의 시드니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종첸(중국)도 한국 선수와의 대결에서 전혀 위축되지 않는 강자다. 황영갑 대표팀 감독은 "이란, 중국, 대만 등 아시아 태권도 강국들이 우리 선수들의 전력을 집중적으로 분석한 뒤 철저한 대비를 갖추고 나오기 때문에 이들을 꺾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