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단= 한국 여자양궁의 아성이 무너지고 있는 징후가 이번 부산아시안게임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최강 한국의 여궁사들이 8일 열린 개인전에서 대만의 위안슈치에게 잇따라 나가 떨어지면서 금메달을 내주고 은, 동메달만 따는 수모를 당했다. 한국이 여자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은 양궁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78년대회 이후 두번째이자 82년 방콕대회에 이어 20년만에 처음이다. 특히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적응하기 좋은 안방에서 벌어진데다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도 금메달을 차지하지 못해 그 충격은 더 했다. 그러나 한국여자양궁이 무너지고 있다는 징후는 지난해부터 나타났다. 지난해 9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따기는 했지만 단체전 준결승에서 이탈리아에 패해 결승진출이 좌절된 뒤 간신히 동메달을 땄던 것. 이어 12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개인전, 단체전에서 모두 우승을 놓쳤다. 이 때 한국은 대표 2진이 출전한 반면 대만, 중국 등 라이벌은 1진을 고스란히 파견했기 때문에 한국 양궁인들은 변명할 여지는 있었다. 그러나 한국 여자양궁은 안방에서 열린 데다 대표 1진이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놓쳐 더 이상 변명거리가 없게 됐다. 한국 여자양궁이 이처럼 잇따라 부진한 데는 너무 오래 정상에 머물렀기 때문에생긴 안일함에다 경쟁국들은 대규모 투자로 추격해 왔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한양궁협회는 매년 같은 사업만 되풀이해 왔을 뿐 정상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노력은 거의 없었고 특히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중국이 한국출신 양창훈 감독과 2004년까지 계약하는 등 먼 미래를 보고 투자를아끼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 대만도 이번에 우승한 위안슈치가 양궁에 입문한 지 5년밖에 되지 않은 18세소녀라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 유망주를 조기 발굴해 집중육성하고 있어 배전의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산=연합뉴스)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