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낮 12시30분 부산 구덕구장. 아시안게임 구기종목에선 처음으로 '남북대결'이 벌어졌다. 비 인기종목인 여자 소프트볼 예선리그 경기인데도 1천5백여명의 비교적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대다수 관중들이 북한 미녀응원단을 보기 위해 온 듯했다. 하지만 북한 미녀응원단은 끝내 나타나지 않고 북한 서포터스가 북한팀을 응원하는 가운데 경기가 열렸다. 경기 초반 남북한 선수들 사이에는 사뭇 긴장감이 감돌았다. 남측이 경기를 리드해 나가자 응원단마저 없는 북측 선수들은 사기저하를 우려한듯 '우'소리를 지르거나 박수를 치면서 서로의 사기를 복돋웠다. 여기에 남측 응원단석에서 '대∼한민국'이 울려퍼지자 북측 서포터스는 '통∼일조국'으로 맞장구쳐 구장은 삽시간에 남북간 응원전으로 갈라졌다. 북한 서포터스는 한반도기를 흔들며 '잘한다, 우리 선수 잘한다'는 구호와 '반갑습니다'등의 북한 노래를 불렀다. 남측 응원단은 태극기를 손에 들고 경쟁적으로 '대한민국'을 외쳤다. 하지만 경기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남북한 선수들은 서로 손을 맞잡으며 인사를 나누는 등 선전을 기렸다. 이에 맞춰 남측 응원단에서도 북한 선수들 이름을 연호하자 구장은 남북이 따로 없는 통일 응원전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경기가 끝날 무렵에는 응원단들 모두가 '우리는 하나다' '조∼국통일' 등을 외치며 남북한 선수들을 동시에 격려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한 관중은 "승자도 패자도 없었던 경기"라며 "하루빨리 남북이 한 팀으로 국제대회에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부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