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성희형과 메달을 놓고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지난 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때 남북단일팀 복식 파트너로 호흡을 맞췄던 한국 남자국가대표팀의 유남규 코치와 북한 남자탁구 에이스 김성희가 다음달 3일 열리는 예선전에서 남북대결을 펼친다. 유 코치는 91년 2월 남북단일팀 복식조 짝이었던 김성희를 형처럼 따르며 40여일의 합숙훈련 동안 한솥밥을 먹었고 그 사이 마음의 벽이 허물어져 듬뿍 정들었었다. 하지만 강력한 남자복식 우승후보였던 유-김조는 대회보다 남북 단일팀 구성의 들뜬 분위기에 각종 행사장에 불려다니느라 연습을 제대로 못했고 결국 8강에서 스웨덴조에 불의의 일격을 당해 2-3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유 코치는 대회가 끝난 뒤 언제 만날 지 기약할 수 없는 김성희를 떠나 보내며 눈물을 펑펑 쏟았고 김성희도 이별을 아쉬워했다. 이후 둘은 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만났지만 유 코치가 몸이 안좋아 대회에 참가하지 않고 귀국하는 바람에 둘간의 남북대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유 코치는 99년 태극마크를 반납하고 제주삼다수팀 코치로 지도자의 길로 나섰고 김성희는 91년 남북단일팀 여자단체전 우승의 주역이었던 이분희와 결혼했지만 선수생활은 계속해왔다. 91년 세계선수권 이후 11년의 세월이 흐른 뒤 유 코치는 한국 남자대표팀 코치로 발탁됐고 김성희는 현역선수로는 사실상 마지막 국제대회가 될 이번 대회에 주장으로 다시 출전함으로써 둘간의 남북대결이 다시 이뤄질 수 있게 됐다. 유 코치는 "성희형을 경기장에서 만난다면 이전처럼 형과 동생으로 다정하게 지내온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치열한 메달 싸움을 하는 라이벌이라서 주위의 눈치가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부산=연합뉴스)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