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획득한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 금메달은그 어느 종목의 금메달 보다도 값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여자 사브르는 지난 98년 국내에 처음 도입됐으나 세계의 벽이 너무 높아 플뢰레나 에페에 비해 전혀 활성화되지 못했고 전국체전에도 채택되지 않아 전국적으로등록선수가 중.고.대학, 실업팀을 합쳐 18명에 불과하다. 팀도 부광여고와 한체대, 익산시청 등 4개 뿐. 중국이 사브르 등록선수만 7천명을 넘게 보유하고 오래 전부터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을 석권해왔으며 일본도 중국세에 맞서 세계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금메달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사브르는 에페나 플뢰레와 달리 찌르기 뿐만 아니라 베기도 할 수 있어 강한 힘과 스피드, 좋은 신체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유럽세가 지배해온 종목이었다. 이 때문에 한국은 이번에 펜싱에서 최대 6개의 금메달을 계획하면서 여자 사브르는 아예 메달조차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5명으로 구성된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홈그라운드에서 열리는대회에서 메달을 따지 못하면 더 이상 팀의 존속은 물론 선수생활도 하기 힘들 것이라는 절박한 상황판단 아래 지난 3월부터 피나는 훈련을 했다. 올해 상반기 2개월 가까운 해외전지훈련을 통해 세계적인 선수들과 맞대결을 펼치며 경험을 쌓았고 지난 8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한명도 입상하지 못했지만 이번대회 최대 라이벌이 될 중국선수들에 대해 처절하게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유상주 코치의 지도에 따라 선수들은 혼연일체가 돼 훈련에 매진했다. 이 결과 펜싱협회 내에서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펜싱입문 4년차의 신예 이신미(19.한체대)와 플뢰레에서 종목을 전환한 이규영(24.익산시청)이 나란히 결승에 올라사이좋게 금.은메달을 나눠가졌다. 금메달리스트 이신미는 "주변 여건이 어렵기 때문에 코치와 선수들이 더 똘똘뭉쳐 훈련에 열중했다. 이번 결과를 통해 여자 펜싱 사브르에 더 많은 선수들이 지원해 전국체전에도 채택되고 활성화되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dae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