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종합대회에서 `효자'역할을 톡톡히 해온 펜싱이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는 `불효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 펜싱은 29일 개막과 동시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영호(32.대전도시개발공사)를 필두로 전체 12개 종목에서 4-6개의 금메달을 획득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라이벌 중국의 전력은 의외로 강했던 반면 한국은너무 무기력해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첫날 금메달 2개의 목표를수포로 돌렸다. 펜싱은 또 앞으로 남녀 에페 개인과 단체전에서 4개의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으나 중국을 비롯한 일본, 쿠웨이트 등 라이벌 국가에 대한 전력분석이 제대로 돼있지않아 이 마저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같이 펜싱이 `불효자' 종목으로 전락할 위기를 맞은 것은 협회의 안이한 행정과 시드니올림픽후 대우의 지원중단으로 인한 대표선수들의 훈련차질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펜싱은 남자 플뢰레 개인전 김영호와 중국 왕하이빈의 경기가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결정짓는 최고의 관심사였으나 협회에서는 왕하이빈에 대한 최근 전력과 주특기 등 개인 프로필도 제대로 갖고 있지 않았다. 반면 왕하이빈은 김영호의 주특기인 `쿠페'기술에 철저히 대비를 해 4강전에서김영호로 하여금 `쿠페'기술을 유도한뒤 반격하는 방법으로 초반 대량득점해 15-9로완승했다. 또 일본은 첫날 남자 플뢰레와 에페 개인전에서 한국과 중국의 벽은 넘지 못했으나 거의 대등한 경기를 펼쳐 매우 위협적인 상대로 나타났으나 펜싱협회에서는 일본을 단순히 한 수 아래로만 평가해왔다. 여기다 대우의 재정지원 중단은 시드니올림픽후 상승세에 있던 선수들의 해외전지훈련 중단으로 이어져 상당한 타격이 됐다. 전지훈련은 세계정상급 선수들과 기량을 겨루며 세계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어 지난 90년대 중반이후 한국 펜싱이 발전하는데 결정적인 기여했으나올림픽후 중단되면서 펜싱 경기력의 퇴보로 이어진 것이다. 펜싱 관계자는 "최근 유용겸 신임회장 취임후 협회가 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세계선수권 여자 금메달리스트인 현희(경기체육회) 등 이름값을 할만한 선수들이 아직 남아있어 금메달 기대를 저버리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dae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