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단 1진 1백59명이 23일 오전 11시 40분 고려항공 전세기편으로 김해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분단 이후 한국에서 열리는 종합체육대회에 사상 처음으로 출전하는 북한 선수단은 총 16개 종목,3백11명으로 이날 도착한 1진은 축구와 농구 유도 등 7개 종목 선수들과 심판,보도진,응원단 선발대 등으로 구성됐다. ○…북한 선수 및 임원들이 대부분 취재진의 질문 공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가운데 리정만 축구대표팀 감독만은 적극적으로 답해 눈길을 모았다. 리 감독이 선두로 입국장을 빠져 나오자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가 집중됐지만 당황하지 않고 여유있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리 감독은 입국 소감을 묻자 "내 나라에 왔는데 어찌 기분이 좋지 않겠느냐"고 답했고 우승할 자신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공이 둥근데 어떻게 결과를 알겠느냐.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유도 스타 계순희를 비롯해 여자선수들 대부분도 무표정한 얼굴로 버스에 올랐지만 체조선수 서정옥은 버스 안에서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더니 이름을 묻자 창문에 자신의 이름을 써 보이기도 했다. ○…북한 농구대표팀의 장신센터 리명훈(33)의 전용버스 준비 문제로 남북한 관계자들 간에 사소한 승강이가 벌어졌다. 당초 북측은 키 2백35㎝에 앉은 키만 1백30㎝인 리명훈을 위한 전용 차량과 침대를 마련해 줄 것을 부산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에 공식 요청했었다. 그러나 조직위원회측은 28인승 리무진버스의 오른쪽 열 맨 앞 좌석을 없애 발을 뻗기 편하게 해주는 임시방편밖에 마련하지 못한 것. 북한 선수단 관계자는 "리명훈은 민족의 재산인데 이렇게 소홀히 조치할 수 있느냐"며 남측 안전 관계자들에게 항의,선수단 전체 버스의 출발이 약 10분간 지체됐다. ○…북한 선수단은 이날 오후 1시30분께 해운대구 반여동에 위치한 선수촌에 도착했다. 북한 선수단은 등록센터에서 AD카드를 만들 예정이었으나 많은 등록인원과 취재진으로 인한 혼잡을 피하기 위해 버스에서 내리지 않고 임원 한 사람이 AD카드를 모두 수거한 뒤 곧바로 선수촌 내 식당으로 향했다. ○…북한 선수단을 이끌고 부산을 찾은 조선올림픽위원회 조상남 서기장(43·사무총장급)은 유머와 국제적인 감각을 가진 '부드러운 남자'라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이날 오후 4시36분 숙소인 부산롯데호텔에 도착한 조 서기장은 객실로 올라가기 전에 엘리베이터 앞에서 부산 방문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승강기가 빨리 내려왔으면 좋겠네"라는 유머로 대답을 살짝 피해갔다. 조 서기장은 또 '식사는 어땠느냐'는 질문에도 "밥은 먹었다"라는 동문서답식 답변으로 질문 공세를 사전에 차단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