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나의 어릴 적 꿈을 이뤘습니다" 남자 육상 100m 세계신기록을 세운 팀 몽고메리(27.미국)는 어렸을 때부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를 꿈꿔왔다. 하지만 미국에서 스포츠에 재능이 있는 대부분의 유망주들이 그렇듯 몽고메리도 육상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풋볼에 더 관심을 가졌고 고등학교 시절까지풋볼 선수로 활약했다. 그러던 몽고메리는 팔을 다쳐 더 이상 풋볼을 계속할 수 없었고 좀 더 안전한 운동을 하라는 어머니의 충고에 어렸을적 꿈인 육상으로 돌아왔다. 94년 드디어 육상 트랙에 발을 디딘 몽고메리는 그해 비록 풍속계측기의 오류로 공식 기록으로 인정되지는 않았지만 주니어세계신기록인 9초96을 기록하며 곧바로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성인 무대에서 그의 앞에는 항상 한 살 위인 모리스 그린(28.미국)이 버티고 있었다. 97년과 99년 미국선수권대회에서 그린에 이어 2위에 머물렀고 지난해 열린 에드먼턴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그린의 벽에 막혀 은메달에 만족해야했다. 단 한번도 메이저대회 100m에서 우승을 차지한 적이 없고 다만 시드니올림픽과 에드먼턴세계선수권대회에서 계주팀의 일원으로 금메달을 만져봤을 뿐이었다. 줄곧 그린의 그늘에 가려있던 몽고메리가 드디어 1인자 자리에 오를 조짐을 보인 것은 올시즌이다. 몽고메리는 허벅지 부상 등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그린을 올시즌 두 차례나 제압하며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그린의 벽을 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고 그린이 피로 누적으로 대회에 불참하고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마침내 보란 듯이 그의 세계기록과 함께 `2인자 설움'을 날려버렸다. 몽고메리가 세계기록을 세우게 된 데는 최근 사귀기 시작한 `단거리 여왕' 매리언 존스(미국)의 도움도 컸다. 99년부터 존스의 코치인 트레버 그램의 지도를 받아오며 급성장한 몽고메리는 이날도 존스가 그의 레이스 직전 우승을 차지한 것을 보고 "나는 더 큰 것을 이루겠다고 다짐했었다"고 밝혀 자극을 받았음을 털어놨다. 달변가인 그린과는 달리 내성적이고 낚시가 취미인 몽고메리는 "아직도 그린이세계 최강이라고 생각한다"며 겸손하게 말했지만 그의 얼굴에서는 `해냈다'는 자신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