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한반도를 적신 집중 호우가 많은 피해를 낳기는 했지만 삼성의 마무리 투수 노장진에게는 반갑기 그지 없는 비였다. 지난 4일 LG전에서 4⅔이닝을 던지는 등 시즌 내내 구원 투수로서는 무리다 싶을 정도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지칠대로 지친 어깨에 편안한 휴식을 줄 수 있었기때문이다. 지난 한 주의 휴식이 보약이었는지 노장진은 일주일만에 마운드에 오른 11일 두산전에서 2이닝을 퍼펙트로 틀어막고 세이브를 올리는 위력투를 선보였다. 아울러 시즌 21세이브포인트(8구원승13세이브)로 구원 선두 진필중(두산.24세이브포인트)을 3세이브포인트 차로 추격하며 요원하기만 하던 구원왕 타이틀도 가시권에 두게 됐다. 불과 한달전인 올스타 휴식기 때까지만 해도 노장진은 16세이브포인트로 당시 23세이브포인트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던 진필중에 한참 뒤져 있었지만 진필중이 팀성적 부진으로 출장 기회조차 잡지 못한 사이 야금야금 추격해 들어간 것. 분위기로는 노장진이 진필중을 곧 따라잡을 기세다. 노장진은 팀이 후반기 10승2무4패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어 후반기 들어 3승13패의 최악의 부진에 빠져있는 두산의 진필중보다는 아무래도 세이브 기회가 잦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99년과 2000년에 이어 생애 3번째 구원왕 타이틀을 노리는 진필중도 순순히 최고 소방수 자리를 양보하지는 않겠다는 각오다. 일단 구위에는 문제가 없는데다 지난달 24일 SK전에서 3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한 충격에서 벗어나 최근 3경기에서 무실점 쾌투를 펼치며 자신감을 회복했다. 또 월드컵과 우천, 아시안게임 등으로 인해 9월에는 대부분의 경기가 더블 헤더로 치러질 예정이어서 든든한 중간 계투진의 협력을 받는 진필중이 불펜을 혼자 지키다시피하는 노장진보다 한결 유리한 입장에 있다. 실제로 진필중의 올시즌 투구 이닝은 46⅓이닝으로 노장진(86⅔이닝)의 절반을겨우 넘는 정도다. 여러가지 변수가 난무하는 가운데 생애 첫 구원왕에 도전하는 노장진과 `터줏대감' 진필중 중 누구에게 타이틀이 돌아가게 될지 관심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