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백상어' 카리 웹(28.호주)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총상금 150만달러)을 제패, 슈퍼그랜드슬램이라는 또 하나의 진기록을 수립했다. 역전 우승을 기대케 했던 박세리(25)는 1타만 줄이는데 그쳐 대회 2연패에 실패했지만 동향 후배 장정(22.지누스)이 공동 4위에 올라 본고장 골프팬들에게 '코리안파워'를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웹은 12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에어셔의 턴베리골프장(파72)에서 열린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쳐 합계 15언더파 273타로 2위 그룹을 3타차로 제치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23만6천383달러. 이로써 웹은 통산 6번째 메이저대회 왕관을 쓰면서 지난해 최연소 그랜드슬램달성에 이어 사상 첫 슈퍼그랜드슬램을 이루는 주인공이 됐다. 슈퍼그랜드슬램은 지난 2000년까지 나비스코챔피언십, US여자오픈, LPGA챔피언십, 듀모리어클래식 등 4개 메이저대회를 모두 제패한 그랜드슬래머가 2001년 듀모리어클래식 대신 메이저대회로 승격된 브리티시여자오픈마저 우승하는 경우 붙이기로 한 타이틀이다. 99년 이후 4년 연속 매년 메이저대회 우승을 거르지 않는 이색 기록을 추가해 '메이저 사냥꾼'의 면모를 과시한 웹은 또 95년과 97년에 이어 통산 세번째 브리티시여자오픈 정상에 올라 대회 최다승자로 기록됐다. 메이저대회 통산 6승째. LPGA 투어에서는 지난 6월 웨그먼스로체스터 이후 시즌 두번째 우승이자 통산 33번째 타이틀이다. 턴베리코스에서의 경기를 즐겼다는 웹은 "(남자)브리티시오픈이 이곳에서 열리는 동안 많은 위대한 챔피언이 탄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처럼 대단한 코스에서 우승하는 것은 꿈이 이뤄진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공동선두 카린 코크(스웨덴)와 제니퍼 로살레스(필리핀)에 3타 뒤진 공동 5위로최종 라운드에 나선 웹은 전반에만 3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선두로 치고 올라 섰다. 코크와 로살레스가 타수를 줄이기는 커녕 뒷걸음치는 동안 웹은 10번, 12번홀(이상 파4)에서 각각 6m와 4.5m 버디 퍼트를 성공하며 2타차 단독선두로 뛰쳐 나갔고 17번홀(파5)에서 다시 3.5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추가해 사실상 우승을 결정지었다. 16번홀(파4)에서 세컨드샷이 그린 앞 개울에 빠질 뻔 한데 이어 3번째 샷마저짧아 위기를 맞았으나 장거리 파퍼트를 그대로 집어 넣는 등 웹은 단 1개의 보기도없는 완벽한 플레이를 펼쳤다. 웹의 고국 후배 미셸 엘리스(호주)와 파울라 마르티(스페인)가 13언더파 275타로 공동 준우승을 차지했고 '무명 돌풍'의 주역 로살레스와 캔디 쿵(대만)은 11언더파 277타로 장정과 함께 공동4위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해 4타차 역전승을 일궈내 기대를 모았던 박세리는 1언더파 71타에 그쳐 합계 9언더파 279타로 공동11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박세리에 이어 대전 유성골프장에서 골프 기량를 갈고 닦은 후배 장정은3언더파 69타로 선전,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공동 4위에 올라 지난해 이 대회 박세리와 김미현(25.KTF)의 우승 및 준우승으로 한국선수의 힘을 경험했던 골프의 본고장인 영국 팬들에게 또다시 한국선수의 '매운 맛'을 보였다. 시즌 두번째 '톱10'을 이룬 장정은 지난해 나비스코챔피언십 공동18위가 최고였던 자신의 메이저대회 성적도 큰 폭으로 끌어 올렸다. 상위권 진입을 노리던 박지은(23.이화여대)은 8오버파 80타를 치는 최악의 부진끝에 합계 5오버파 293타로 공동 53위까지 추락했다. 발 통증으로 어려움을 겪은 김미현도 이날 6오버파 78타를 치며 합계 9오버파 297타로 공동61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이승우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