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인기스포츠로 군림해 오던 프로야구가 한국 축구대표팀 월드컵 4강 진출 신화의 최대 희생자가 됐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출전 사상 첫 승과 16강은 물론 4강까지 오르는 쾌거를 이룩하며 전국민이 열광하는 사이 프로야구는 관중 감소와 경기일정 조정에 따른 페넌트레이스 운영 차질이라는 후유증을 떠안게 된 것. 월드컵 기간 모든 관심이 월드컵에 집중되면서 야구팬들의 관심도 그만큼 소원해졌고 이는 수치상의 관중 감소로 나타났다. 월드컵 개막 전날(5월30일)부터 지난 23일까지의 경기(총 69경기)당 평균 관중은 2천147명으로 월드컵 개최전(4월 5일-5월 29일)의 6천564명과 지난 해 같은 기간의 4천939명에 비해 현격하게 줄었다. 특히 한국-이탈리아의 월드컵 16강전 다음 날인 지난 19일 롯데-현대 경기가 열렸던 부산 사직구장에는 186명이 찾아 올 시즌 최소관중을 기록하기도 했다. 관중 감소는 입장수입 감소로 이어져 경기당 평균 관중수입이 지난 달 30일까지2천737만원에서 월드컵 기간 842만원으로 3분의 1 에도 못미쳤다. 또 월드컵 기간 프로야구 경기일정 조정으로 남은 페넌트레이스와 포스트시즌운영에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됐다. 당초 월드컵 개막식(5월31일)과 한국팀 예선전 3경기 당일 야구 경기를 쉬기로하고 원래 경기가 없는 월요일(6월 10일)을 제외한 12경기를 뒤로 미뤘던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축구대표팀의 조별예선통과로 16강, 8강, 4강전은 물론 3-4위전 등 16경기도 추후 일정으로 편성해야 할 처지가 됐다. 특히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면 비로 취소되는 경기가 속출하면서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가 종료되는 9월 29일 이후로 연기되는 경기는 더욱 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올 해 부산 아시안게임이 9월 29일부터 10월 14일까지 열릴 예정이어서 페넌트레이스 직후 드림팀 구성과 야구 예선전(10월 1-8일) 및 본선경기 참가를 위해 최소 10일 이상을 쉬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최소 보름에서 최대 3주가 소요되는 포스트시즌은 아시안게임을 마친 뒤월드컵과 우천 취소로 미뤄진 경기를 모두 소화한 후인 11월에나 열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7전4선승제의 올 시즌 한국시리즈가 차가운 날씨속에 첫 눈을 맞으며치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KBO 관계자는 "국가적 행사인 월드컵에 동참하기 위해 경기 일정 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월드컵 열기로 관심이 멀어진팬들의 발길을 어떻게 다시 야구장으로 이끄느냐"라며 고민을 드러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