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팀이 심판들의 편파적인 판정에 힘입어 준결승까지 올랐다고 주장하던 영국의 보수성향 일간지 더 타임스가 25일자에 음모론은 월드컵 대회 때마다 거의 매번 등장하는 것으로 이번 대회를 포함해 대부분 근거없는 낭설이라는 내용의 칼럼을 실어 눈길을 끌었다. 이 신문은 이번에 음모설을 가장 소리높여 주장한 나라들은 이상하게도 한국에게 패한 나라들이었다고 말하고 모든 월드컵 대회가 어떤 단계에서건 음모설에 휩싸이지 않는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한국을 이기도록 하기위해 단합해 음모를 꾸몄다구요?살려주세요"라는 제목의 이 칼럼의 필자 사이먼 반스는 자신이 기억하는 첫 음모론은 지난 66년 영국에서 열렸던 월드컵 대회 때였다고 말했다. 당시 프랑스는 잉글랜드가 이기도록 미리 정해져 있다고 비난했으며 이 음모설은 러시아 출신의 선심이 허스트 선수의 골을 인정했을 때 최고조에 달했다고 그는말했다. 또 70년 대회때도 보미 무어의 팔찌가 도난당한 것이 잉글랜드팀의 안정을 깨뜨리기 위한 음모라는 설이 나돌았다. 지난 78년 대회때는 결승전을 앞둔 경기에서(당시는 2차전도 조별리그로 치러졌음) 아르헨티나가 페루를 4골차로 이겨야할 상황이었나 이상하게도 아르헨티나는 6골을 득점해 결국 우승까지 했다. 이어 82년 대회 때는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이겨야 했으며 오스트리아도 대패하지 않는한 예선을 통과할 수 있었던 상황. 독일은 경기초반에 득점한 뒤 경기시간내내 거의 희극과 같은 플레이로 일관, 이에 당황한 FIFA는 경기방식을 변경했다. 지난 94년 대회에서는 우승후보였던 콜롬비아가 미국에 패해 탈락했는데 당시경기도중 콜롬비아 선수들은 거의 이기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고 자살골을 넣은 안드레스 에코바는 나중에 총에 맞아 죽었다. 가장 최근인 98년 대회 때는 브라질의 호나우도 선수가 시합전에 기절을 했는데도 나이키사가 마케팅 때문에 그가 출전해야 한다고 주장해 결국 사실상 10명과 싸운 프랑스에 결승을 내줬다고 반스는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이 이탈리아와 스페인전에서 석연치않은 판정의 덕을 보긴했지만 음모까지는 될 수 없다고 그는 말하고 경기가 끝날 무렵 크리스티안 비에리의 실축은 음모가 아니라 무능이라고 지적했다. 심판들의 문제는 FIFA가 정책적으로 축구 개도국의 심판을 기용하기로 한 결정의 자연스러운 결과이며 이 부분은 세프 블래터 FIFA회장도 인정했다고 그는 말했다. 또 한국이 유럽의 강호들을 차례로 이긴 것은 유럽선수들은 시즌을 마치고 부상으로 만신창이가 된 채 대회에 참가했지만 한국 선수들은 4개월간 매일 훈련을 한뒤에 참가했던 것도 한 이유가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FIFA가 한국을 이기게 하기 위해 단합해 음모를 꾸몄다는 주장은 블래터회장파와 그에 반대하는 파벌간의 치열한 경쟁을 감안할 때 얼토당토않은 말이라고강조했다. 월드컵 대회 때마다 불거졌던 음모설은 일부는 진실도 있었고 아니면 적어도 진실의 한 측면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번 음모설은 역사가들에 의해 "엉터리 설"로 분류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특파원 c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