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월드컵 축구 결승전의 승자가 될 경우 한국인들은 이를 36년간의 식민통치에 대한 설욕으로 받아들일 것이며 월드컵 승리는 한국인의 의식에 근본적인 혁명을 일으켜 일본에 진정한 경의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23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1910년부터 1945년까지 계속된 일본의 식민통치 기간 수십만명의 한국인 남녀가 군대 및 `위안부'로 끌려갔을 뿐만 아니라 스포츠 부문에서조차 종속돼모욕을 당해야 했다고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면서 "일본까지 가서 우리가 월드컵 승자가 됨으로써 일본인들에게 `우리가 너희보다 낫다'는 것을 일본인들에게 보여주게될 것"이라는 한 영어교사(31)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NYT는 손기정 선수가 일본 이름과 국적으로 마라톤에 출전해 우승한 뒤 일본 국가가 연주되고 일본 국기가 게양되는 것을 보면서 시상식을 치르는 모욕을 겪어야만했으며 심지어 일본인 통치자들은 흰색을 한국 민족의 열망으로 간주해 서울에 있던한 미션스쿨의 축구골대를 흰색에서 검정색으로 바꿔 버렸다고 전했다. 한국인들은 식민통치가 끝난 뒤에도 일본이 정식으로 사과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역사교과서 왜곡과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등으로 한국인들을 자극하고 있는 점에 분개하고 있으며 월드컵 경기에서 일본보다 우월한 성적을 냄으로써 과거를 씻어낸 듯한 기쁨에 넘쳐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 신문은 심지어 이승만 전대통령이 1954년 도쿄 월드컵 예선에 출전한 국가대표 선수단에 "지면 동해를 건널 생각도 하지 말라"고 훈계해 첫 경기에서 5대1, 두번째 경기에서 2대2로 비긴 사실을 두고 당시 선수중 생존한 한창화옹이 "그건 축구경기가 아니라 전쟁이었다"고 말한 사실을 인용했다. 그러나 50년이 지난 지금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서울에서 열린 월드컵개막식에 참석했고 김대중 대통령이 한국의 출전 여부와 관련없이 요코하마 결승전을 참관할 예정이며 양국간에 무수한 문화교류가 이루어지고 일본 언론이 한국의 성공을 아시아 전체의 승리로 받아들여 축하하는 등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고신문은 전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어 "월드컵 우승은 한국인의 의식에 근본적 혁명을 일으켜 일본에 진정한 경의를 요구하게 될 것" "우승을 못하더라도 월드컵에서 이룬 성과는 한국인들에게 활력을 주었다. 한국은 결승전 진출로 열등감을씻어버릴 것이며 아마도 벌써 씻어버린 것 같다"는 학자들의말을 인용 보도했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