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4강 신화'를 달성한 한국 대표팀이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정상을 향해 또 한 번의 격전에 나선다. 때는 6월25일 오후 8시30분. 장소는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 상대는 게르만 `전차군단' 독일. 이탈리아와의 16강전,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 연거푸 연장 승부를 펼쳐 체력이 소진된 한국 대표팀은 미드필더 '자물쇠' 김남일마저 발목 부상이 악화돼 최악의 상황에서 독일을 만난다. '히딩크 사단'은 스페인전 이후 불과 이틀만에 체력을 100% 회복한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 이번 대회 들어 가장 힘든 여건에서 강호 독일을 만나지만 붉은 물결의 응원과 초인적 투지를 앞세워 내친 김에 결승까지 올라가자는 각오로 뭉쳐있다. 이에 맞서는 독일 대표팀은 준준결승에서 미국과 전후반 90분 경기만 치른 데다 한국에 비해 휴식시간이 하루 더 많아 컨디션 조절면에서는 훨씬 유리한 입장이다. ◆이운재-올리버 칸 `야신상' 후보 대결 두 팀의 골문을 지키는 이운재와 올리버 칸의 대결은 승패 못잖게 '누가 최고 거미손이냐'는 자존심 대결로 또 다른 재미를 안긴다. 이운재는 8강전까지 5경기를 치르는 동안 2골을 내줘 실점률 0.4골을 기록중이고 칸은 1골만 내줘 실점률 0.2골로 실점률이 가장 낮다. 최고 골키퍼에게 주어지는 야신상 경쟁에서 칸이 1위, 이운재가 2위를 달리고 있지만 트로피 향방은 팀의 성적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어 한국-독일전 승자가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 대회 개막 직전까지도 김병지와 주전 경쟁을 벌였던 이운재는 경기를 치를수록 더욱 안정된 플레이를 펼치며 22일 스페인전에서는 승부차기를 막아내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칸 역시 5경기를 치르는 동안 1대1 실점 기회를 수차례 막아내며 역대 최약체라는 조롱을 받고 있는 독일 대표팀을 4강까지 끌어올렸다. ◆홍명보.황선홍.이운재 8년 전 빚 갚을까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국가에 반납하는 황선홍과 주장 홍명보, 수문장 이운재는 8년 전 '94미국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당한 2-3 패배를 갚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당시 한국은 전반에만 어이없게 3골을 내줬고 후반 황선홍과 홍명보의 연속 골로 바짝 추격했지만 결국 무릎을 꿇으며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특히 황선홍은 이 경기에서 2~3차례 결정적인 골찬스를 무산시켜 패배의 책임을 혼자 짊어지며 심각한 슬럼프를 겪기도 했는데 8년만에 설욕의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골키퍼 이운재는 당시 후반 시작하면서 최인영을 대신해 투입, 한 골도 내주지 않았지만 최인영의 실점을 곧 자신의 실점으로 가슴 아파하며 독일과 재대결을 기다려왔다. 이운재의 라이벌 칸은 경기 내내 벤치만 지켜 그라운드에서 두 선수가 만나지는 못했다. ◆히딩크-푀일러 자존심 대결도 볼 만 선수 못잖게 '스타'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히딩크 감독과 푀일러 감독의 벤치싸움도 관심이다. 히딩크 감독이 무명 선수시절의 설움을 탁월한 지도력으로 보상받는 반면 푀일러 감독은 화려한 선수시절의 명성을 토대로 독일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인물. 특유의 강력한 카리스마와 승부사 기질을 발휘, 네덜란드(98년)와 한국(2002년)을 연거푸 월드컵 4강에 올려놓은 히딩크 감독은 한국의 '4강 신화'로 세계 각국의 대표팀 및 프로구단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녹슨 전차군단'의 오명을 털어내라는 특명을 받고 지난 2000년 7월 에리히 리벡 감독의 바통을 이어 받은 푀일러 감독은 아직도 옛 독일 대표팀의 주전 스트라이커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다. 그는 86년 멕시코대회 준우승, 90년 이탈리아대회 우승, 94년 미국대회 8강의 주역이었다. 세계 초일류 지도자로 거듭나고 있는 히딩크 감독이 자신의 이력서에 '월드컵결승 진출'이라는 항목을 추가할 것인지, 아니면 푀일러 감독이 명선수에서 명지도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인지는 25일 경기 결과에 달려있다. ◆안정환-클로세 '머리 대결' 승자는 누구 '반지의 제왕' 안정환과 득점 공동선두 미로슬라프 클로세의 공통점은 헤딩으로만 골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안정환은 조별리그 2차전 미국과의 경기에서 이을용의 프리킥을 헤딩 슛, 극적 동점골로 엮어낸 데 이어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도 연장 후반 12분 이영표의 센터링을 헤딩 슛해 골든골을 따냈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독일이 8-0으로 대승할 때 헤딩 슛으로만 해트트릭을 기록했던 클로세는 상대 수비의 집중적인 견제에 주춤한 상태지만 한국전에서는 위력적인 `고공 폭격'을 재연하겠다는 심산이다. 헤딩으로만 각각 2골, 5골을 기록중인 두 선수를 지켜보는 데는 또 준결승에서 누가 먼저 발로 골을 엮어낼 것인가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이 경쟁에서는 안정환이 다소 우위에 있다. 안정환은 폴란드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부터 날카로운 드리블과 슈팅력을 보였으나 골운이 따르지 않았던 반면 클로세는 `발 재간'은 기대에 못미치는 모습을 노출했기 때문. ▲예상 선발라인업 =한국= =독일= ┏━━━━━━━━━━━━━━━━━┳━━━━━━━━━━━━━━━━━━━┓ ┃ ┃ ┃ ┃ 이을용 ┃ 슈나이더 프링스 ┃ ┃ 김태영 설기현 ┃ ┃ ┃ ┃ ┃ ┣━━━┓ ┃클로세 ┏━━━┫ ┃ 이 ┃ 이영표 ┃ ┃ ┃ ┃ ┃ 안정환 ┃ 예레미스 레머 ┃ ┃ ┃ 운 ┃홍명보 ┃ ┃ 칸 ┃ ┃ ┃ ┃ 양커 ┃ ┃ ┃ 재 ┃ 유상철 ┃ ┃ ┃ ┣━━━┛ ┃ 발라크 링케 ┗━━━┫ ┃ 박지성 ┃ ┃ ┃ 최진철 ┃ ┃ ┃ 송종국 ┃ 보데 메첼더 ┃ ┃ ┃ ┃ ┗━━━━━━━━━━━━━━━━━┻━━━━━━━━━━━━━━━━━━━┛ (서울=연합뉴스) econ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