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4번째 키커 호아킨 산체스의 공을 이운재가 막아내자 광주월드컵경기장은 떠나갈 듯한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그리고 한국팀의 주장이자 마지막 키커인 홍명보가 마지막 골을 성공시키는 순간,그것으로 한국의 "4강신화"는 완성됐다. 한국이 연장접전까지 가는 혈전속에 스페인과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스페인을 5-3으로 물리치고 4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이로써 아시아국가로는 처음으로 월드컵 4강에 진출하는 신기원을 이룩했다. "무적함대" 스페인은 이날 강했지만 태극전사들의 승리를 향한 집념과 집중력은 스페인의 그것보다 훨씬 강했다. 특히 "거미손"을 자랑하는 골키퍼 이운재는 전.후반과 연장까지 가는 접전속에 수십차례나 스페인의 결정적인 슈팅을 온몸으로 막아내 "4강신화"의 일등공신이 됐다. 전반 10분까지는 쌍방 탐색전의 양상이었다. 두팀 모두 16강전때 연장까지 가는 혈투를 치러 피로가 가시지 않은 듯 위협적인 돌파나 슈팅을 보여주지 못했다. 스페인은 그러나 25분이 지나면서 서서히 한국문전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전반 26분 스페인의 모리엔테스가 후방에서 한번에 연결받은 공을 솟구치며 한국문전으로 헤딩슛을 날렸다. 이운재가 가까스로 처내긴 했지만 한박자만 늦었으면 바로 골로 연결되는 위험한 순간이었다. 30분엔 스페인 수비의 핵 페르난도 이에로가 다시 한번 머리로 슛을 날렸지만 골대위를 살짝 벗어났다. 두번의 슈팅 모두 그간의 격전으로 지친 한국 수비수들이 상대를 놓치며 허용한 것이었다. 한국은 45분 프란시스코 데 페드로에게 문전앞에서 위협적인 슈팅을 내주며 또한번 결정적인 실점위기를 맞기도 했다. 스페인의 주장 이에로는 전반종료직전 코너킥으로 날아온 공을 다시한번 머리에 연결시켰다. 골키퍼 이운재도 꼼짝 못한채 공만을 멍하니 바라볼 정도의 기습적인 슈팅이었지만 공은 아슬아슬하게 골대위로 비켜 나가 한국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한국은 전반 45분동안 단 한개의 슈팅도 날리지 못할 정도로 스페인의 수비에 철저하게 봉쇄당했다. 그러나 저력의 한국은 후반들어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스페인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분위기를 반전시켜 나갔다. 히딩크 감독은 후반들어 수비수들을 빼고 공격수를 투입하는 과감한 승부수로 경기의 흐름을 돌려 놓았다. 지난 이탈리아전에서도 빛을 발한 히딩크 감독의 이 용병술은 이번에도 완벽하게 적중했다. 한국은 후반 스페인에 밀리면서도 공격력 강화를 위해 후반 15분 중앙수비수 유상철을 빼고 오른쪽 공격수 이천수를 투입했다. 이천수는 움직임이 둔화된 스페인 수비진들을 교란하면서 여러차례 찬스를 만들어내는등 한국의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후반 45분엔 다시 김태영을 빼고 스트라이커 황선홍을 투입했다. 이들 두 공격수는 활발한 움직임으로 한국승리의 밑거름이 됐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