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들이 또 해냈다. 월드컵 4강.그 자리에 태극기가 꽂힐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아시아국가로서는 처음으로 정복한 고지.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우승후보들을 줄줄이 낙마시키며 준결승에 올랐다. 그리고 명실상부하게 세계중심에 우뚝섰다. 이탈리아전에서 불거졌던 판정시비도 스페인을 완파하면서 깨끗이 제거됐다. "Korea"라는 브랜드는 세계인이 선호하는 명품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한국축구는 세계인을 경악시켰다. 기술적인 면에서 엄청난 발전이 있었지만,그렇다고 세계강호를 압도할만한 수준은 분명 아니다. 부족한 기술은 지칠줄 모르는 체력으로 채웠다. 체력은 반드시 이기고 말겠다는 정신력이 뒷받침하고 있다. 기술과 체력 그리고 그리고 정신력이 일체화된 것.그래서 한국축구를 두고 "축구이상의 축구"라는 평까지 나온다. 한국의 축구는 다리만이 아니라 뜨거운 가슴이 함께하는 "혼(魂)의 축구"라는 말이다. 사실 객관적 전력에서 한국의 4강진출은 생각하기도 어려웠다. 월드컵본선에서 승리의 기쁨을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을 만큼 세계축구의 수준과는 거리가 있었다. 월드컵을 몇개월 앞둔 골드컵에서도 참담한 성적을 거뒀었다. 평가전에서는 0-5의 대패를 경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하나의 과정이었다. 태극전사들은 고통스러운 그 과정을 견뎌냈다. 기술적이나 체력적인 면뿐만이 아니다. 넘어지고 찢기고 탈진해도 다시 일어나 승리을 위해 싸우는 정신력을 만들어냈다. 한국의 저력은 이렇게 "혼의 축구"로 나타났다. 태극전사들이 한국의 저력을 보여줬다면,4천7백만 국민은 "한국의 에너지"를 세계만방에 과시했다. 22일 아침 일찍부터 광화문과 시청앞은 붉은 물결이 일었다. 이미 전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붉은 응원"은 이날도 한반도 전역에서 물결쳤다. 한국민은 모두가 마음의 손을 맞잡은 감동의 물결이 한반도 전역에 출렁인 것이다. 시청앞광장에서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한국팀을 응원한 미국 관광객 지미 벤루엔씨(31)는 "이탈리아경기때도 시청앞에서 응원했는데 한국인들의 열정에 놀랐고 그 가운데서 질서를 지키는 시민의식에 또 한번 놀랐다"며 "한국사람들과 함께 대한민국을 외치며 시청앞에서 보낸 시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에서 월드컵을 관람하기 위해 방한한 짐 맥케이씨(45)는 "이번 월드컵은 한국을 세계의 중심부로 끌어냈다"며 "한국과 한국상품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만큼 한국민도 월드컵이후에 한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주현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