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축구의 내로라하는 강자들이 한국축구의 '핵펀치'에 연일 녹다운되고 있다. 2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8강전에서 한국에 패해 월드컵 첫 우승의 꿈을 접은 스페인 역시 두말할 나위없는 전통의 강호. 지네딘 지단 등 거물급 스타들이 몸담고 있는 명문클럽 레알 마드리드가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는 등 오랜 축구역사를 자랑하고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 이탈리아 세리에 A(1부리그), 독일 분데스리가와 함께 세계 4대 빅 리그로 불리는 프리메라 리가(Primera Liga)를 운영중인 축구의 고장이다. 50년 브라질대회에서 4강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일 만큼 그동안 월드컵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8위)이 대변하듯 강자임에 틀림없다. 남미 스타일의 화려한 공격축구를 구사하는 스페인은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 감독의 강력한 카리스마로 결속력이 몰라보게 좋아졌고 '천재 골잡이' 라울 골살레스(레알 마드리드) 등 핵심멤버들의 기량이 출중, 이번에는 일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조별리그에서 3전 전승의 신바람을 낸 스페인은 16강전에서 아일랜드를 누를 당시만 해도 우승에 대한 기대를 잔뜩 부풀렸으나 연장 접전 끝에 무승부, 결국 승부차기에서 3-5로 패배, '아시아의 자존심' 한국에 막혀 분루를 삼키고 말았다. 앞서 영원한 우승후보인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도 한국에 일격을 받고 쓰러지는 신세가 됐다. 우승 3회(34.38.82년)와 본선 15회 진출의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이탈리아는FIFA 랭킹 6위의 강호로 우승후보 1순위로 꼽히던 프랑스와 아르헨티나가 조별리그에서 탈락, 결승 진출은 떼어놓은 당상이란 말을 들었으나 16강전에서 한국의 벽을넘지 못했다. '빗장수비'의 위력이 예전만 못했던 이탈리아는 66년 잉글랜드월드컵때는 북한에, 이번에는 한국에 발목이 잡혀 8강에 오르지 못하는 '코리아 악연'에 울었다. 또 FIFA 랭킹 5위 포르투갈도 한국에 쓴맛을 보기는 마찬가지. 한때 세계 최고 몸값을 자랑했던 루이스 피구(레알 마드리드)가 이끈 포르투갈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미국에 2-3으로 패해 암운을 드리우더니 한국과의 마지막경기에서 박지성(교토)에게 결승골을 허용, 조별리그 탈락의 치욕을 당했다. 70년대와 80년대 초반 '동구권 파워'의 주인공 폴란드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2-0으로 잡으면서 상승세를 탄 한국은 이처럼 FIFA 랭킹 상위 10팀 중 3팀을 집으로보내면서 전세계 축구팬들을 놀라게했다. 잇따른 '강팀 저격'으로 한국의 FIFA 랭킹이 10위안팎으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4강전에서 맞붙는 또 다른 강호 독일(랭킹 11위)이 한국의 가파른 상승세에 제동을 거는 팀이 될지 아니면 한국의 '희생자 명단'에 추가될지 주목된다. (광주=연합뉴스) jc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