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월드컵은 이번에도 스페인에게 영원한 짝사랑의 대상으로만 남았다. 2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8강전에서 스페인은한 수 아래로 봤던 개최국 한국에 덜미를 잡혀 월드컵에 입맞추려던 애타는 구애가또 한번 수포로 돌아간 것. 세계 최고 규모와 흥행을 자랑하는 '프리메라리가'의 존재가 대변하듯 '정열의 나라' 스페인 국민의 축구 사랑은 이탈리아와 잉글랜드를 능가할 정도다. 레알 마드리드로 대표되는 프리메라리가에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에서 수입된 최고 기량의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으며, 이들과 함께 뛰는 자국 선수들의 실력 또한세계 정상급. 그러나 이상하게도 국가대표팀으로 묶어놓으면 강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특히 월드컵에서는 더욱 인연이 없없다. 1934년 첫 출전한 이탈리아대회에서 8강에 오른 뒤 50년 브라질대회에서 4위를 차지하며 축구 강국으로서 위치를 굳혔지만 이후 자국에서 열린 82년 대회 때까지는모두 예선이나 조별리그에서 탈락, 월드컵 징크스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86년 멕시코대회 8강, 90년 이탈리아대회 16강에 이어 94년 미국대회 8강 등으로 다시 상승세를 타던 스페인은 98년 프랑스대회에서 다시 16강 진출에 실패,자국 축구팬을 실망시켰다. 그러나 이번 만큼은 뭔가 될 것 같은 징조가 보였다. 11번째 본선 무대인 이번 대회에서 라울 곤살레스와 페르난도 모리엔테스 등 젊은 공격수들과 페르난도 이에로, 미구엘 나달 등 경험많은 수비수들이 신구 조화를이루면서 사상 첫 3연승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해 기세를 올렸다. 까다로운 아일랜드와의 16강전에서는 승부차기에서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가 3번의 슈팅을 신들린듯 막아내 승리하는 등 이번에는 불운과 이변에 시달렸던 '월드컵 징크스'를 피해가는가 했다. 그러나 스페인은 스트라이커 라울이 부상으로 결장하는 불운이 재현되면서 4강행 제물 정도로만 여겼던 한국에 덜미를 잡혔고, 우승 후보들의 대거 탈락 속에 '무주공산' 입성을 노렸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광주=연합뉴스)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