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8강전에서 두번 연속 앞 길을 막았던 브라질 징크스는 이번에도 '축구 종가'의 자존심을 무너뜨렸다. 21일 시즈오카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8강전에서 축구종주국 잉글랜드는 선제골을 넣고도 호나우디뉴와 히바우두의 파상 공격을 막지 못하고 1-2로 역전패했다. 잉글랜드로서는 58년 스웨덴대회때 첫 대면에서만 0-0 무승부를 기록했을 뿐 이후 8강전에서만 3번 연속 패해 그 상처가 깊을 만도 하다. 62년 칠레월드컵 8강전에서는 브라질에 1-3으로 대패한 데 이어 70년 멕시코대회 8강전에서도 '황제' 펠레가 이끈 브라질에 0-1로 석패했고 '사실상 결승전'으로불린 이 경기의 패배로 잉글랜드의 '브라질 8강 징크스'는 영원한 숙제로 남게 된셈이다. 경기 전부터 잉글랜드 선수들은 이같은 징크스에 대해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주장 데이비드 베컴은 "브라질 선수들은 강하지만 우리가 두려워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고 키어런 다이어 등 다른 주전 선수들도 계속해서 브라질을 의식하는 발언을 한 것에서 심적 부담을 읽어내기는 어렵지 않았다. 징크스가 잉글랜드를 비켜가지 않을 조짐은 부상의 망령이 다시 엄습하면서 점점 짙어졌다. 대회 개막 전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 속출했던 잉글랜드가 공교롭게도 브라질과의 경기를 앞두고 다시 부상 공포증에 시달리기 시작한 것. 부상에서 회복되는가 했던 베컴의 왼발이 다시 안좋아지는 징후를 보였고 스트라이커 마이클 오언도 덴마크전에서 사타구니와 허벅지를 다쳐 출전이 불투명했다. 이밖에 폴 스콜스, 에밀 헤스키, 키어런 다이어 등의 잔 부상도 문제가 됐었다. 다행히 이날은 베컴과 오언, 헤스키와 스콜스 등이 모두 선발 출장했고 전반 브라질을 압도하면서 1-0으로 앞서기 시작, 승리를 거머쥐는가 했지만 이때부터 부상의 망령이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했다. 전반 25분 베컴이 히바우두와 볼을 다투던 중 오른발을 조금 다친 뒤부터 잉글랜드의 공격은 조금씩 둔화됐고 선제골을 넣은 오언도 시간이 흐르면서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전반 40분께에는 오언과 투톱을 이룬 에밀 헤스키가 공중볼을 다투다 넘어졌고,약 3분 뒤 이번에는 부동의 골키퍼 데이비드 시먼이 공을 잡으려다 히바우두와 공중에서 충돌, 한참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상승세를 타던 잉글랜드의 분위기는 이를 기점으로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고 이후 무기력한 플레이를 펼친 끝에 2골을 내주고 패해 '징크스 깨기'가 쉽지 않다는것을 절감한 채 짐을 싸야 했다. (시즈오카=연합뉴스)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