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골로 이탈리아에 충격의 패배를 안긴 안정환(26)이 이탈리아 소속팀 페루자로부터 음해성 비난을 받으며 쫓겨나 '보복 방출' 논란이 일고 있다. 페루자의 루치아노 가우치 구단주는 20일(한국시간) 이탈리아의 민간방송 '라7'과의 인터뷰에서 이달말까지 임대계약 중인 안정환과 재계약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가우치 구단주는 "안정환이 처음 우리 팀에 왔을 때 그는 샌드위치조차 사먹을 돈이 없는 길 잃은 염소같은 신세였다"며 "그는 이제 부자가 됐으며 월드컵에서는 이탈리아 축구를 망쳤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이탈리아 일간지 '라 스탐파'는 지난 19일 페루자가 안정환을 방출키로 했다는 소식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부질없는 행동으로 우리를 집으로 보낸 그는 내일부터 팀을 잃을 것"이라며 "한국에서는 영웅이 됐을지 모르지만 페루자에는 가치를 상실했다"고 깎아 내렸다. 한편 페루자의 루치아노 가우치 구단주는 안정환을 방출키로 한 이유가 그의 발언 때문이라고 밝혔다. 20일 영국 BBC방송의 인터넷사이트(www.bbc.co.uk)에 따르면 가우치 구단주는 "안정환의 방출은 순전히 그의 발언 때문이었다"며 "그 발언은 이탈리아 전체를 모욕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가우치 구단주는 안정환이 "한국축구가 이탈리아보다 우월하다"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 안정환이 인터뷰 등을 통해 이처럼 말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안정환은 페루자의 방출로 다른 유럽팀으로 이적하는데 더 용이해질 전망이다. 안정환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티 그리폰(T griffon)에 따르면 이미 잉글랜드와 이탈리아 등 빅리그 소속의 4개 클럽이 스카우트할 움직임을 보였으며 페루자가 우선권을 포기할 경우 더 늘어날 전망이다. ◆히딩크 일축=거스 히딩크 한국팀 감독은 20일 페루자 루치아노 가우치 구단주의 안정환 비하발언에 대해 "유치하다"는 말 한마디로 일축했다. 히딩크 감독은 스페인과의 8강전을 이틀 앞둔 이날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오전훈련을 마친 뒤 "안정환이 월드컵에서 이탈리아 축구를 망쳤다"는 가우치 구단주의 발언에 대해 "정말 그랬다면 유치한(childish) 발상"이라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은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다른 나라끼리 싸우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한국대표로 나선) 그가 골을 넣지 말아야 한다는 말인가.한마디로 우스꽝스럽다"고 덧붙였다. ◆일본 언론도 관심=일본의 신문과 방송은 2002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 16강전에서 골든골을 터뜨려 이탈리아를 침몰시킨 한국의 안정환 선수에 대한 이탈리아 소속팀의 '보복 해고'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일본 언론들은 이날 안정환의 소속팀인 이탈리아 프로축구리그 세리에A의 페루자 구단주 루치아노 가우치 회장이 안정환과 계약을 연장할 뜻이 없다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민방인 니혼TV는 이날 낮 '더 와이드'라는 종합 뉴스프로그램에서 안정환 선수가 페루자로부터 '버림' 받은 소식을 전하면서 가우치 회장의 발언을 "말도 안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 프로그램에 나온 일본의 축구팬들도 "이탈리아의 속이 좁다"고 비판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