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전 상대는 '무적함대' 스페인.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갖춘 팀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번 대회에서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스페인은 같은 유럽에 있지만 거친 플레이를 펼치는 이탈리아와는 또 다른 개성을 지닌 팀. 탁월한 개인기를 바탕으로 정교한 플레이를 구사한다. 중앙과 측면을 자유롭게 파고드는 다양한 공격 루트와 공격수들의 유연한 몸놀림은 막강한 공격력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상승기류를 타고 있는 한국 대표팀의 전력으로 볼 때 '방심'만 하지 않으면 이탈리아전보다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을 전망이다. ◆강한 압박 플레이가 필요하다=스페인 선수들의 패스는 빠르고 정확하다. '아트사커'의 프랑스보다 낫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플레이메이커 루벤 바라하는 한 번의 롱패스로 전방 공격수인 라울 곤살레스와 페르난도 모리엔테스 등에게 볼을 넘겨 득점을 노린다. 볼을 끌고 나오면 공격수들과 2 대 1 패스나 삼각 패스로 득점 찬스를 만드는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라울과 같이 특정 선수에게 너무 의존하는 게 흠이다. 또 개인기를 위주로 하는 남미 스타일이기 때문에 힘과 스피드는 한국보다 떨어진다. 따라서 한국으로서는 미드필드부터 강하게 상대를 압박하는 전술이 필요하다. 측면 공격수인 설기현과 박지성,링커 역할을 맡고 있는 이영표 송종국 등이 강한 몸싸움과 압박으로 밀어붙인다면 승산이 있다. ◆후반에 승부를 걸어라=스페인 선수들은 16강전을 벌인 아일랜드와의 경기에서 후반 30분부터는 거의 걷다시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경기뿐 아니라 다른 경기에서도 전반과 후반의 플레이가 확연히 달랐다. 체력이 유지되는 전반에는 상대방을 쉴새없이 몰아붙이지만 체력이 고갈되면 수비에 급급하다. 바로 이 점을 물고 늘어질 필요가 있다. 전반부터 강하게 상대를 압박하면 체력이 떨어지는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측면 공격수들의 활발한 움직임이 필수적이다. ◆페널티박스 안에서의 수비를 조심하라=라울과 같이 뛰어난 개인기를 지닌 선수들은 경기가 안 풀리면 페널티박스 안에서 드리블을 통해 돌파를 시도한다. 수비수들을 뚫으면 그대로 슛까지 하고 여의치 않으면 파울을 유도하겠다는 작전이다. 이 작전은 이번 월드컵에서 꽤 많이 통했다. 따라서 수비수들은 침착할 필요가 있다. 슈팅과 상관 없는 구역에서는 구태여 심한 몸싸움을 할 필요가 없다. 또 1 대 1 방어보다는 수적 우위로 수비를 해야 애매한 상황이 벌어져도 심판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