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대표팀의 스트라이커 설기현(23.안더레흐트)이 기어이 일을 냈다.

설기현은 18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탈리아와의 한일월드컵 16강전에서 0-1로 뒤져 패색이 짙던 후반 43분 황선홍의 패스를 이어받아 천금같은 왼발 동점골을 성공시키며 영웅으로 떠 올랐다.

이날 스리톱의 왼쪽 공격수로 선발출장한 설기현은 경기 내내 빠른 측면돌파로 기회를 옅봤지만 철통같은 이탈리아의 포백 수비라인을 넘지 못하다 단 한번 찾아온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했다.

이 한방으로 설기현은 지난 10일 미국과의 조별리그 두번째 경기에서 여러차례 득점찬스를 놓쳤던 아쉬움을 만회하며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 석자를 알리는 동시에 부진에도 불구하고 자신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않았던 히딩크 감독에게 보은했다.

설기현은 올해 월드컵을 앞두고 여러모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설기현은 월드컵을 코앞에 두고 불청객처럼 다시 찾아온 허리부상과 싸우는 한편 소속팀에서 규칙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탓에 떨어진 감각을 끌어올리느라 올초부터 한동안 악전고투했다.

하지만 골가뭄에 시달렸던 올초 북중미골드컵을 마친 뒤 "설기현이 합류하면 달라질 것"이라고 말할만큼 그를 신뢰했던 거스 히딩크 대표팀 감독은 그에게 끊임없이 기회를 부여했다.

설기현은 대표팀 공격수 중 가장 뛰어난 체력과 넓은 활동반경을 자랑하는데다 몸싸움 능력과 수비가담능력 또한 수준급이기 때문에 유럽의 강인한 수비수들을 상대할 수 있는 파워를 갖춘 스트라이커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2월 두바이 4개국대회 아랍에미리트연합과의 경기에서 득점한 이후 A매치에서 한 차례도 골문을 가르지 못하던 설기현이 다시 킬러로 부활한 것은 지난달 26일 프랑스와의 평가전.

그간 센터포워드를 주로 맏아오다 이 경기에서 왼쪽 날개 공격수로 나선 설기현은 1-1동점이던 전반 막판 이영표의 프리킥을 통렬한 헤딩골로 연결하면서 긴 골침묵을 끊고 부활을 알렸다.

프랑스전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왼쪽 날개 포지션에 고정된 설기현은 조별리그 미국전에서 잠시 주춤했지만 팀이 벼랑끝에 몰렸던 이날 경기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설기현은 타고난 재능보다는 끊임없는 노력을 바탕으로 성공한 대기만성형 선수다.

초등학교 4학년때 축구에 입문, 주문진 중-강릉상고를 거쳐 광운대에 입학한 설기현은 98년 19세이하 아시아청소년선수권 멤버였지만 당시 이동국과 김은중(대전)에 가려 있었고 99년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도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었다.

단지 열심히 뛰어다니기만 한다는 평가를 듣던 그가 일약 차세대 간판 스트라이커로 떠 오른 것은 지난 2000년 초 오세아니아주 전지훈련때 4경기 연속골을 잡아내면서부터.

당시 설기현은 유연한 드리블과 가무잡잡한 피부, 큰 키 등 여러모로 브라질의 슈퍼스타 히바우두(바르셀로나)를 닮았다고 해서 얻어진 별명인 '설바우두'를 팬들에게 확실히 심으며 스타로 떠 올랐다.

그 성장세를 바탕으로 대한축구협회 유망주 해외진출 프로젝트의 대상선수로 포함된 설기현은 2000년 8월 벨기에 1부리그 앤트워프로 진출하면서 축구인생의 첫 장을 화려하게 꽃피웠다.

단번에 주전자리를 꿰찬 설기현은 6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는 등 맹활약을 펼쳐 지난해 여름 벨기에 최고 명문인 안더레흐트로 이적하더니 8월에는 챔피언스리그에 한국인으로서는 처음 출전, 득점까지 하는 영광을 맛봤다.

다음은 설기현의 프로필이다.

▲생년월일 및 출생지= 1979년 1월8일.강원도 정선
▲신체조건= 184cm, 73kg
▲포지션= 공격수
▲출신학교 및 클럽= 강릉성덕초-주문진중-강릉상고-광운대-벨기에 앤트워프-벨기에 안더레흐트
▲A매치 데뷔전 및 경력= 2000년 1월23일 뉴질랜드전(37경기출전. 9득점)
▲가족관계= 김영자씨의 4남중 둘째

(대전=연합뉴스) 조준형기자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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