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 41분 터키 페널티지역 바로 바깥 쪽에서 일본이 프리킥을 얻어내자 일본 관중들은 술렁대기 시작했다. 0-1로 뒤지던 일본으로서는 동점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기 때문이다. 산토스가 찬 공은 터키 골대 오른쪽 구석을 향해 정확히 날아갔다. 그러나 공은 골대를 맞고 퉁겨 나오고 말았다. 순간 4만5천여 일본 관중들의 입에서는 절로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번 대회 들어 골대를 맞힌 팀은 무조건 지는 징크스가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이 징크스는 공동 개최국으로 사상 첫 8강을 노리던 일본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본은 결국 전반 12분 터키에 내준 선취골을 만회하지 못한 채 0-1로 무릎을 꿇으며 8강 진입에 실패했다.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미야기 경기장을 가득 메운 일본팬들은 패배가 믿기지 않는 듯 일부는 눈물을 흘리며 경기장을 떠날줄 몰랐다. 경기 전 대다수 일본 언론은 16강전 상대인 터키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일본의 승리를 당연시했지만 48년 만에 본선에 모습을 보인 '투르크 전사' 터키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었다. 선취골은 터키의 세트플레이가 일궈낸 작품이었다. 12분 일본 진영 오른쪽에서 에르귄이 코너킥으로 올려준 볼을 문전에 있던 위미트 다발라가 솟구치며 그대로 헤딩슛,골네트를 시원하게 갈랐다. 일본의 GK 나라자키로서도 꼼짝하지 못할 완벽한 골이었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일본은 이후 총반격에 나섰지만 이날 따라 니시자와와 산토스 등 최전방 공격수들의 동작은 기민하지 못했다. 평소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을 자랑하던 일본의 미드필더진도 위력을 보이지 못했다. 특히 송곳 같은 패스로 일본의 공격을 지휘하던 나카타의 패스 미스도 자주 눈에 띄었다. 나카타의 부진은 일본의 조직력 와해로 이어지며 터키에 많은 찬스를 허용하는 원인이 됐다. 터키는 공 점유율에서는 일본에 뒤졌지만 촘촘한 밀집 수비로 일본의 파상공세를 몸으로 막아내며 1골도 허용하지 않는 뚝심을 과시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