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인들의 꿈의 무대 월드컵. 월드컵은 떠오르는 샛별들에게는 세계 무대에 자신의 존재를 널리 알릴 수 있는 더할나위 없는 최고의 무대다. 그러나 이미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들이 팀과 함께 몰락할 경우 월드컵은 곧바로 은퇴의 장이 되기도 한다. 16강전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2002 한·일 월드컵에서도 대표팀 유니폼을 벗는 스타들이 줄을 잇고 있다. 먼저 세계 축구팬들은 프랑스 대표팀의 천재 미드필더 지네딘 지단(30·레알 마드리드)을 다시는 월드컵에서 볼 수 없게 될 전망이다. 98년 프랑스 대회에서 프랑스를 우승까지 이끌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결승 토너먼트 진출에도 실패한 지단은 "이번 대회가 마지막 월드컵이었다"며 2006년 독일 월드컵에는 출전하지 않을 계획임을 내비쳤다. 아르헨티나의 골게터 가브리엘 바티스투타(33·AS 로마)도 아쉬움을 남기며 대표팀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경우. 월드컵 통산 10골을 넣은 바티스투타는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최종전 무승부로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뒤 "다른 형식으로 (은퇴)하고 싶었지만 오늘 경기가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또 스웨덴의 공격수 헨리크 라르손(31·셀틱 글래스고)도 전날 열린 16강전에서 세네갈에 석패한 뒤 "다음 월드컵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너무 길다"며 "더 이상 대표팀에서 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단과 함께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 자리를 놓고 경합해온 포르투갈의 루이스 피구(29·레알 마드리드) 역시 지단의 뒤를 따를 참이다. 미국과 한국에 잇따라 덜미를 잡히며 참담한 성적표를 손에 든 피구는 조별리그 탈락 뒤 공식적으로 은퇴를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대회 개막 이전에 "나는 은퇴가 두렵지 않으며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축구를 떠날 것"이라고 말해 이번이 자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월드컵이 될 것임을 암시했었다. 이밖에 파라과이의 골넣는 골키퍼 호세 루이스 칠라베르트(37·스트라스부르)도 축구장을 떠나 정계에 입문할 예정이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